병정개미는 어떻게 전사로 태어나나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들은 본인의 의사나 소질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병영의 의무를 지게 된다. 개미 사회에서는 어떨까. 흰개미의 계급은 일개미와 병정개미로 나뉜다. 노동과 군사의 역할을 분담해 맡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개미의 사회적 계급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퍼듀대학교 곤충학과 연구팀이 흰개미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유전적 차이를 밝혀냈다. 흰개미가 어떻게 노동, 군사, 생식 등의 역할을 맡는 성체로 성장하는지 조사한 것이다.

미국 동부 지역 땅속에 거주하는 흰개미는 일과 자원을 함께 공유하는 무리생활을 한다. 또 계급에 따라 각자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 일개미는 터널을 만들고 나무를 먹으며 살아가고, 병정개미는 적들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여왕개미는 교미를 하고 알을 낳는다.

또 각 계급에 속한 개미들은 그들의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한 특색을 갖고 있다. 병정개미는 일개미보다 머리와 몸집이 크고 검고 단단한 구기(무척추동물의 입 부분)를 가지고 있어 다른 무리들과 싸우기 좋은 외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외형적 특징은 유충 단계 전까지는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각 개미들이 어떤 계급을 갖게 될 운명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에 연구팀은 이보다 일찍 일개미와 병정개미가 유전적으로 변별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개미에게서 셀룰로오스를 부수는 능력과 연관이 있는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을 형성하는 성분으로 나무를 먹고 소화시켜야 하는 일개미에게 이와 같은 유전적 특징이 있다면 일을 수행하기 유리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유전자를 흰개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흰개미의 내장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와 원생동물에게서 발견되기도 한다.

또 병정개미는 근육이나 세포골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돋보인다. 이 유전자는 병정개미의 구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흰개미의 성장에 관여하는 또 다른 유전자들도 발견했다. 그 중 한 유전자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일개미로서의 유전적 자질이 강한 개미는 병정개미로서의 유전적 특징의 발달을 방해받는다. 또 한 유전자는 머리와 가슴 부위가 발달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해 병정개미로서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샤프 연구원은 아직 흰개미에 대해 발생유전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흰개미의 사회적 계급은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결정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게놈생물학(Genome Biology)’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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