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자들, 뇌부터 역시 남다르다

 

전혀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장기를 선뜻 기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뇌는 일반인의 뇌보다 크며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통해 고통스러움의 징후를 잘 읽어내는 경향이 있다.

조지타운대학 신경과학과 아비게일 마쉬 교수팀이 장기 기증자들과 일반인의 뇌를 비교 연구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

마쉬 교수는 “장기 기증자들은 그동안의 실험참가자들 중 가장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들이었다”며 “심지어 그들은 실험참여를 위해 조지타운까지 오는데 드는 비용조차 받지 않으려 했다. 연구비용을 자신들이 낭비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장을 기증한 경험이 있는 사람 19명과 기증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20명의 뇌를 MRI로 촬영·비교했다. 뇌를 촬영하는 동안 연구팀은 그들에게 두려운 표정, 중립적인 표정, 화가 난 표정 등을 보여주었다.

실험 결과, 우선 장기 기증자들의 뇌는 일반인들보다 평균 9%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른쪽 편도체의 부피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이 부위는 두려움이나 고통과 같은 자극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장기 기증자들은 두려운 표정의 사진을 볼 때 오른쪽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많이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마쉬 교수는 “실험 결과, 장기 기증자들의 뇌는 일반인들의 뇌와 구조적,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었다”며 “특히 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한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일부 사람들이 왜 물질적인 혜택 없이도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지 부분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사이코패스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선행 연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았다.

단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인 힌트는 얻었지만 장기 기증과 같은 이타적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요인 외의 다른 것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추후 연구를 토해 실험참가자들의 교육정도, 행복감, 성별, 경제수준 등을 고려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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