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열매’ 아로니아, 안토시안이 무려….!

 

프랑스인들은 기름진 음식을 즐겨도 심장병에 덜 걸린다. 이러한 모순을 ‘프렌치 패러독스’라 부른다. 여러 연구들은 수수께끼의 답으로 레드와인을 지목했다. 최근 세계인의 시선은 프랑스에서 폴란드로 옮겨가고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에 이어 ‘폴리쉬 패러독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기와 소금을 많이 먹는 폴란드인들이 심장병과 고혈압을 잘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안 그랬다. 폴란드에서 고혈압과 동맥경화는 ‘국민병’으로 불릴 만큼 만연했다. 고지방, 고염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낳은 결과였다. 프렌치 패러독스를 눈여겨 본 폴란드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폴리쉬 패러독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비밀의 열쇠는 ‘아로니아’였다.

베리류인 아로니아는 떫은맛이 나는 짙은 보라색 열매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미국 인디언들의 전통 약재로도 쓰였다. 18세기쯤 유럽에 전해진 뒤 다양한 별칭이 붙었다. 왕족이 즐겨 먹어 왕의 열매라는 뜻의 ‘킹스베리’로 불렸다. 완전히 익기 전의 아로니아는 떫은맛이 매우 강하다. 이때 새와 들짐승들이 먹으면 질식해 기절할 정도라 해서 ‘초크베리’로도 불렸다.

아로니아 최대 생산국인 폴란드는 1970년대부터 아로니아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아로니아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에 주목했다. 주로 꽃이나 과실에 포함된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산소찌꺼기인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방지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베리류 가운데 가장 높다. 미국 농무부 산하 연구소에 따르면 사과의 120배, 포도의 12배, 크린베리의 10배, 블루베리와 아사이베리의 4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블루베리, 아사이베리를 잇는 차세대 수퍼베리로 아로니아가 각광받고 있다.

아로니아의 강력한 항산화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무엇보다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주름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강원대 생물의소재공학과 이현용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콜라겐 합성을 저해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MMP-1의 생성이 아로니아 추출액의 함량에 따라 최대 1천배까지 감소했다.

비만에도 효과적이다. 아로니아에 함유된 유익한 성분 중 하나인 클로로겐산이 지방흡수를 억제하고 장의 포도당 흡수를 막아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 클로로겐산은 간에서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기 전에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폴리쉬 패러독스를 이끈 대사증후군 개선에서 아로니아는 빛을 발했다. 폴란드 우츠 의대 연구팀이 정상인과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2개월간 아로니아를 섭취하게 한 결과, 체중 변화 없이도 혈압과 중성지방이 각각 21%, 15% 감소하는 등 정상수치에 근접했다. 몸에 나쁜 저밀도지방 콜레스테롤(LDL) 수치도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에도 좋다. 폴란드 바르샤바 의대 마렉 교수팀이 심근경색환자와 정상인에게 각각 아로니아 농축액과 위약을 6주간 먹게 한 결과, 아로니아 섭취군에서 혈관에 손상을 주는 산화콜레스테롤인 OX-LDL 농도가 29~38% 줄었다.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이는 혈관 염증물질인 Hs-CRP의 수치도 23~29% 떨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혹사당하고 있는 현대인의 눈 건강에도 아로니아는 유익하다. 아로니아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이 망막 내 색소체인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눈의 피로 완화와 시력저하, 백내장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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