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정복하라” 국내 업체들 다양한 시도

 

뇌과학 적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임상시험

식물 잎 추출 천연 단백질로 치료제 상용화 추진

나이 들어 은퇴하면 흔히 추억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 지난 삶에 대한 기억이 남은 인생을 사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슬픈 병이다. 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을 제어하면 예방 가능한 혈관성 치매와 달리, 발병 원인도 메커니즘도 아직 불분명하다. 게다가 노인성 치매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흔하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쓰이는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다. 증세가 가벼우면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증세가 무거우면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쓰인다.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거나, 신경수용체인 NMDA를 활성화시켜 세포 사멸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은 병의 진행을 늦출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으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연구가 봇물이다. 첨단 과학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에서부터 식물 잎에서 추출한 치료물질의 상용화 움직임까지 접근 경로가 다양하다. 특히 향후 10년간 치매 신약 개발이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 속에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8일 국내 한 신생벤처기업이 3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카이스트 출신들이 설립한 와이브레인이 주인공이다. 이 업체는 뇌과학 기술을 적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머리에 쓰는 헤어밴드 형식의 의료기기인 와이밴드를 통해 뇌에 전기 자극을 줘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인 와이밴드에는 뇌과학 기술인 ‘뉴로 모듈레이션’이 적용됐다. 머리 바깥에서 양극의 전류를 두뇌 내부의 신경네트워크를 따라 깊숙이 흘려보내 전두엽의 뇌신경세포인 뉴런을 재생하고, 뉴런의 접합부분인 시냅스 형성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뇌신경생장인자를 증가시켜 노인반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켜 알츠하이머병을 개선하는 것이 와이밴드의 원리다. 노인반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지나치게 만들어져 뇌에 가라앉아 들러붙은 것으로 알츠하이머병의 공통된 병변이다.

와이밴드는 뇌에 전기자극을 2cm 깊이 정도 흘려보냈던 기존 기술을 극복했다. 전류량도 스마트폰의 1/6에 불과해 안전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전류량이 약하다보니 오랫동안 써야하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한 예비임상에서는 효과가 확인됐다. 업체에 따르면 가벼운 인지장애 환자와 알츠하이머병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지 기능이 10~20% 정도 좋아졌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 부위가 활성화된 것도 확인했다. 업체측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경증 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병 환자 200명을 상대로 임상시험 중”이라며 “올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는 천연 단백질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경상대 치매제어기술개발연구팀은 식물 잎에서 대량 추출이 가능한 천연 단백질인 ‘오모스틴’을 개발했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쥐 실험에서 오모스틴은 뉴런의 신호전달을 촉진시키고, 세포 사멸을 억제했다. 식물에서 추출해 독성과 부작용도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원천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과 미국, 유럽 출원을 마친 뒤 국내 제약사인 한국파마에 기술을 이전했다. 한국파마는 오모스틴으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르면 3년, 길면 5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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