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은 좋아도…아이스버킷, 음주 후엔 마세요

 

한여름에 너도 나도 얼음물이 든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있다. 더워서가 아니라, 루게릭병 환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유행처럼 번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다.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간접체험하자는 뜻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라고 한다. 가장 성공한 기부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뜻 깊은 캠페인이지만, 평소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얼음물 세례에 도전하기보다 조용한 기부를 택하는 편이 낫다. 심장마비의 위험 때문이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요즘, 갑자기 찬물을 끼얹으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된다. 이러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게 돼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심혈관질환자들이 여름에 찬물샤워를 피하는 것은 상식이다.

음주 후 얼음물 세례는 더 위험하다. 술 마신 뒤 찬물 샤워는 개운한 느낌만 들뿐 알코올 대사를 촉진시키지 않을뿐더러 간의 포도당 공급을 방해한다. 또 술을 마시면 혈관이 팽창된다. 이 상태에서 얼음물을 맞게 되면 팽창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압이 급상승해 심장에 무리를 준다. 혈관 파열과 감기도 유발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얼음물을 맞고 술을 마신 뉴질랜드 남성이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희귀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놀이문화처럼 번지면서 캠페인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는 불편한 시각도 불거지고 있다. 즐거운 기부도 좋지만, 세월호의 상처를 안고 단식투쟁 중인 유족을 생각해 짧은 릴레이 단식 캠페인을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비만의 시대에 건강에도 좋고, 유족의 아픔도 헤아릴 수 있으니 이만큼 뜻 깊은 캠페인도 없을 것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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