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활성화 대책, 갈등 조정이 먼저다

정부가 12일 유망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규제를 풀고 진입장벽을 낮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궈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말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건의료 분야도 포함됐다.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첫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으로 관심을 모았던 중국 텐진화업그룹의 제주도 병원 개원 문제를 곧 매듭지을 것이라고 한다.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내에도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외국인 의사 고용 비율(10%)을 완화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이미 알려진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허용를 비롯해 의과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 설립, 의료분야 해외진출 확대 등이 포함됐다.

보건의료 분야에 거는 정부의 기대는 대단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건 의료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관광 콘텐트 분야는 인프라확충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경제 분야의 수장으로서 보건 의료 부문에서 성장 동력의 실적을 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에는 갈 길이 첩첩산중이다.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지만 국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막혀 줄곧 뒷전으로 밀려난 과제였다.

이번 대책의 실행 여부도 이해집단과 소통하고 국회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분야의 법안이 경제부처에 의해 끌려다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전문가단체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의료계와 국민의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음을 내고 있다. 투자활성화대책 이전부터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해왔던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 역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투자활성화대책은 다른 분야와 달리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의료민영화’ 반대 바람이 거셀 때 당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발표를 두고 의료민영화 수순이라며 국민들 사이에 온갖 괴담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몇 년 전 ‘뇌송송 구멍탁’으로 대표되는 어처구니없는 괴담이 횡행했던 광우병 사태가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의료민영화’에 노심초사했던 최경환 부총리가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이해와 소통도 필요하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이름만 투자개방형병원일 뿐 국내자본이 투자되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만큼 사실상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기업들도 보건의료, 헬스IT에 주목한지 오래다. 그만큼 보건의료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침체된 국내 경제상황을 살리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계도 당연히 앞장 서야 한다.

경제발전과 보건의료계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윈-윈’ 전략은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회는 물론 의료계와 시민단체 관계자와 소통하는 것이 보건의료 활성화대책 성공을 위한 첫 관문인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의 우선 과제를 갈등 조정에 두어야 한다. 경제부처와 보건의료 단체 사이에서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용어 정리를 하기에는 이제 시간이 너무 없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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