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보톡스….요실금 다한증 두통도 OK

 

보툴리눔 독소가 발견된 것은 110여년 전이다. 상한 통조림이나 썩은 소시지에서 나오는 신경독소인데, 이 가운데 A형 독소가 분리됐다. 분리된 보툴리눔 A형 독소가 고도로 정제된 것은 전쟁 덕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정부가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제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보톡스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엘러간이 개발한 제품명이다. 보톡스 시술은 정확히 말하면 보툴리눔 독소 시술법을 뜻한다. 외모가 경쟁력인 현대사회에서 보톡스는 주름을 펴고, 사각턱을 교정하는 미용 치료제의 대명사가 됐지만, 원래 쓰임새는 미용이 아니었다.

보톡스는 지난 1981년에 사시교정을 위해 사람에게 처음 쓰였다. 이후 사시와 눈 떨림, 안면신경장애 등의 적응증으로 1989년 미국 FDA의 승인을 얻었다. 주름개선으로 허가를 얻은 것은 그로부터 13년 뒤인 2002년이다.

보톡스는 안면마비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인제대 일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팀에 따르면 2009~2011년까지 급성 안면마비 환자 18명에게 보톡스를 투여하고 추적 관찰한 결과, 6개월 뒤 회복률이 81%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보톡스를 맞지 않은 환자들은 10%에 그쳤다.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발성장애를 치료하는 데에도 보톡스가 쓰인다. 변성기가 지난 남성이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변성발성장애의 경우 소량의 보톡스를 후두 근육에 주입해 근육을 풀어준 뒤 음성재활치료를 병행하면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20~30대 여성에게 종종 나타나는 연축성 발성장애도 마찬가지다. 이 질환은 뇌신경이 성대나 발성기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목소리가 떨리는 증상을 보인다. 증상이 심하면 사회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데, 병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톡스를 성대근육에 주입해 잘못된 뇌신호 전달을 막으면 성대가 반응하지 않아 목소리 떨림을 개선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대한의사협회는 보톡스의 다양한 효과에 주목해 허가사항을 확대해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의협이 요청한 사항은 신경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마취과, 재활의학과 등 6개 관련 학회가 요구한 것으로, 만성편두통과 다한증, 종아리 퇴축술, 근육 수축성 이명, 성대결절, 섭식장애, 과민성 방광, 전립선비대증, 근막통증증후군, 만성근육통 등 23건이나 됐다.

보건당국은 그해 약사법상 의약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에 한해 변경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사실상 의협의 요구를 반려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편두통, 요실금, 다한증 등의 치료에 보톡스 사용을 승인했고, 영국도 뇌졸중 환자의 발목장애를 치료하는 데 보톡스 사용을 허가하는 등 보톡스 적응증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FDA는 미용 목적의 보톡스 사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적은 없으나, 보툴리눔 독소가 다른 부위로 전이돼 근무력증, 목 쉼, 언어장애, 호흡곤란, 삼킴장애, 시력저하, 눈꺼풀 처짐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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