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 TV만 보면 결국… 무서운 생활습관병

회사원인 김갑수(49)씨는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큰 딸이 명문대에 합격해 온 가족이 기뻐한 그해, 김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영원히 눈을 감았다. 업무상 잦은 술자리와 폭음하는 습관으로 간암 판정을 받았는데도 출장길에 술을 마셨다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한 번 들인 생활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특히 몸에 나쁜 습관은 떨치기 힘든 유혹과도 같다. 술과 담배, 맵고 짜고 달콤하고 기름진 먹거리는 안 좋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자꾸 찾게 된다. 폭음, 폭식은 물론 운동과 담을 쌓고 침대나 소파에 널브러진 채 TV만 보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도 순간 스트레스는 풀릴지언정 몸에는 나쁜 습관이다.

대부분의 병은 좋지 못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성인병으로 통칭되는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심근경색증 등은 생활습관병으로도 불린다. 술과 담배가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알코올성 간질환도 마찬가지다. 이러면 각종 암의 위험도 더불어 높아진다. 암 역시 생활습관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암에 걸리는 사람만 한해 10만명이 넘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마다 620만명이 암환자 판정을 받는다.

쉽게 바뀌지 않는 나쁜 생활습관은 가까운 사람이나 지인이 병들거나 사망하면 충격요법이 돼 일시적인 개선 효과를 불러온다. 특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의 사망은 충격의 강도가 더 세다. 지난 2002년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이주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가 투병 중 흡연 습관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모습을 담은 금연광고가 방영된 이후 70%에 이르던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은 50%대로 떨어졌다.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등의 대표곡을 남긴 1980년대 대표 싱어송라이터인 김현식도 음주로 인한 간경화로 30대 초반에 요절해 대중에 충격을 안겼다. 최근에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위암으로 30대 초반에 사망한 데 이어 밝은 모습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가수 유채영도 위암으로 불혹을 갓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해외 유명 스타들은 술과 마약 때문에 요절한 경우가 많은데,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이 그랬다. 40대 후반에 숨지기 직전 술과 마약에 찌들어 망가진 그녀의 모습은 전 세계 팬들을 경악시켰다. 마냥 건강할 것 같은 스포츠 스타들도 생활습관 때문에 요절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최동원, 장효조 선수도 육식 위주의 식단과 승부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폭음과 폭식으로 푼 식습관이 원인이 돼 각각 대장암, 위암 및 간암 판정을 받고 50대 초반에 사망했다.

유명인이나 지인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아서 생활습관을 바꾸겠다고 결심해도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습관은 생각만큼 실제 잘 개선되지 않는다는 해외 연구결과들도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심장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심장병을 가진 비만 남녀 1200명을 조사한 결과 심장병 진단을 받고도 평균적으로 체중을 0.2%밖에 못 줄였다. 2008년 임상종양학저널에 실린 논문에서도 9000명이 넘는 암환자 중 담배를 끊거나 채소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크게 바꾼 환자는 극소수였다. 전문의들은 “금주와 금연, 올바른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암의 3분의 1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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