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와 고문기구, 이 지독한 부조리

●이재태의 종 이야기(6)

철의 처녀(鐵의 處女, Iron Maiden)

철의 처녀(鐵의 處女, Iron Maiden, Eiserne Jungfrau)는 신-중세 유럽에서 형벌과 고문에 사용되었고 괴기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죄인을 고문하거나 처벌하는데 사용된 흉악한 도구였다. 주로 쇠로 망토를 입은 여성의 모양을 만든 금속 주조물로서 앞쪽을 여닫을 수가 있어, 내부에 사람을 서있는 자세로 넣을 수 있다. 그 내부에는 여러 개의 굵고 뾰족한 쇠창살이 돌출되어 있고, 내부에 사람을 가두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정도의 크기이다. 쇠를 녹여 만든 모형을 구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는 망토 부분을 나무로 제작되기도 하였으나, 안쪽을 찌르는 창살은 강한 금속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사람을 가두게 되면,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내부에서 서있는 상태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수형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속 가시에 찔리게 되어 거짓 자백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심한 고통을 당하며 사망하게 된다.

이 기구의 외형은 원시적인 고딕 형식으로 제작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며 두 개의 여닫이 문이 앞에 설치되어 있어 성인 남성까지 영치를 할 수 있는 무덤의 석관 정도의 크기이다. 보통의 철의 여인의 제원은 높이 2.1 m, 폭 0.91 m.

이 고문 기구의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 는 없으나, 로마의 장군인 레굴루스(Marcus Atilius Regulus)가 카르타고에서 포로로 처형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알려져있다. 로마장군 레굴루스는 기원전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 군에 포로로 잡히게 되었는데, 카르타고에게 도망가지 않을 것을 서약한 후에 로마에 카르타고의 의사를 전하고 휴전 협상을 하고 오겠다고 한 뒤에 로마로 귀환하였다. 그는 로마에 귀환한 뒤, 원로원에서 오히려 휴전을 거부할 것을 부탁한 후에 다시 카르타고로 돌아가서 고문 끝에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2-3세기 경 로마의 땅이 된 북부 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작가인 터털리안(Tertullian)의 “순교자에게(To the Martyrs)”와 4세기경 북 아프리카 히포지방의 신학자 성 아우구스틴(St. Augustine of Hippo)의 기록에 의하며 카르타고인들은 귀환한 레굴루스를 양쪽의 내부에 뾰족한 창살이 나온 나무통에 가두었다라고 기록되어있다. 한편, 지금도 남아있는 스파르타의 왕 나비스(Nabis)가 그의 부인 아페가(Apega)를 죽인 장면의 묘사한 조각품에도 이 기구가 조각되어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중세시절부터 존재하였던 “치욕의 망또” (독일어로 Schandmantel, 영어로 mantle of shame)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치욕의 망토는 비슷한 크기의 나무로 제작된 사람 형태이나 내부의 뾰족한 가시나 창살은 없는 기구였고, 범죄자를 가두어 치욕을 느끼게 하는 정도의 형벌을 가했으나, 중세 후기로 가면서 보다 잔인한 도구로 진화되어 철의 처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기록에 의하면 철의 처녀는 1515년 8월 14일 불법으로 동전을 주조하였던 범죄자를 처형하기 위하여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주로 중요한 범죄자의 처벌과, 때때로 마녀 재판 시 마녀임을 자백시키기 위한 고문 기구로 사용되었는데, 18세기 후반기 부터는 공포심을 조성하기 위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졌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철의 처녀”는 1802년부터 독일의 뉴렘베르크(Nuremberg) 성에서 사용되었고 다른 나라의 방문객에도 공개되었었던 것이다. 뉴렘베르크의 철의 처녀는 2차 세계대전중이던 1944년 연합군의 뉴렘베르크 공습으로 소실이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1800년대 이후 뉴렘베르크 왕궁의 철의 처녀를 모방한 기구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심지어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 이 고문 기구가 전시가 되어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현대에는 이런 미개한 고문 도구는 사라졌으나,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이 도망을 간 이후, 바그다드 대통령궁에 있던 그의 아들인 우다이 후세인의 방에서 이와 유사하게 제작된 원시 형태의 “철의 처녀”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인간에게 최대한의 공포를 유발하기 위하여 독재자들이 아직도 이 기구를 사용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무시무시한 “철의 여인”을 축소한 모습의 자그만한 청동 종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제작되었다. 물론 외형은 비슷하게 만들었으나, 실제 철의 여인과 는 다르게 통 코트 차림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한 망토차림의 여성이며 내부에 청동 추가 달려있다.

※ 이재태의 종 이야기 이전 시리즈

세상을 깨우고 귀신 쫓고…신묘한 종들의 사연

무시무시한 검은 전사가 당장 튀어 나올 듯

적군기 녹여 종으로…승전의 환희-눈물 생생

천재 화가 ‘달리의 나라’에서 부활한 앨리스

딸의 작전에 넘어가 맞은 ‘그녀’… 종도 20개나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