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 속 ‘의료 민영화’ 또 논란

 

의료민영화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22일부터 닷새간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국민의 생명권을 재벌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모두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에는 대형 병원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아 환자들이 겪는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의료민영화는 없다”

의료민영화 논란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쟁점화되기 시작했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의료기관의 경영여건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이 장례식장, 주차장, 구내식당 등 8가지로 제안돼 병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의료 연관 산업의 부진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법인도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산업, 의료기기 개발, 의료관광을 위한 여행숙박업, 의약품 개발 등 부대사업 범위를 크게 늘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 외부 투자금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의 자회사를 허용하면 맹장수술비가 1500만원이나 되고 의료비가 10배 치솟을 것이라는 등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청와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의료민영화는 없다”며 조기진화에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의협, “의료민영화 → 의료영리화”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도 ‘의료민영화’란 용어에 곤혹스러워 했다. 의료계의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저지 투쟁이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인식돼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를 의식해 12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노 회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시위를 한 것처럼 보도됐다”고 말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 차원의 의료민영화 개념도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민영화라고 하면 국유화된 것을 민간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지금 회자되는 의료민영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미 국내 의료기관의 94%가 민영화됐고, 이들 민간 병, 의원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의해 공공의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약국 등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급여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 의무적으로 지정돼 상대적으로 비싼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비보험 진료나 사보험 환자 위주로 병원이 운영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노 화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거부하는 의료민영화는 의료기관이 의사를 돈벌이에만 내몰며 이윤만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이 투자자를 위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의료환경을 단호히 거부하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의료민영화” vs 정부 “남용방지 정책 마련”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대책’이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민영화라는 시각이다.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통해 채권발행, 부대사업 등을 확대하면 의료영리화와 상업화를 막아왔던 핵심 규제장치가 모두 풀어져 결국 민영화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국민을 위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각종 부대사업에 집중 투자할 공산이 크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국내 병원의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 범위를 병원 운영과 관련된 사업으로 제한하고, 수익을 의료 분야에 재투자하게 하는 등 지회사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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