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운명처럼…’과 ‘사후 피임’의 비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하룻밤 실수로 원치 않게 결혼해 운명처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커플을 다루고 있다. 손이 귀한 재벌가 남자의 뜻하지 않은 하룻밤 상대에서 아내가 된 드라마 속 여주인공 김미영을 현실에 대입해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낙태를 택할 만큼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는데, 사후피임을 왜 안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미영은 사후피임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도 가만히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으니 운명을 서로 개척한 셈이다. 사후피임약은 일반 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10배 이상 높다. 성관계 뒤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체내 호르몬 함량을 인위적으로 크게 증가시켜 배란을 방해하고, 수정란의 착상을 차단한다. 생리 주기 변경과 배란 장애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복용할 수 있다.

사후피임약은 자주 복용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남자 경험이 없는 미영은 이러한 우려가 적은 편에 해당한다. 그래도 사후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21일간 꾸준히 먹는 사전피임약보다 떨어진다. 24시간 이내 복용하면 95%에 이르지만, 48시간 이내면 85%, 72시간 이내면 58%까지 떨어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5일 이내에 복용하는 약도 나와 있다.

미영이 뚱뚱했다면 사후피임약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여성은 사후피임약을 먹어도 같은 약을 복용한 정상 체중 여성보다 피임 효과가 적었다. 75kg이 넘는 여성은 약효가 덜했고, 80kg 이상인 경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연구팀은 체내 지방이 약품을 흡수해 혈액 내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가 바탕이 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의 안전성 정보 검토 결과에 따라 사후피임제 허가사항 변경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노레보 등 국내 시판 중인 13개 사후피임약에 사용상 주의사항이 추가된다. 임상시험 결과 노레보 등은 75kg 이상 과체중 여성에서 효과가 감소하고, 80kg을 넘으면 효과적이지 않다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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