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때문에 치료 않고 쉬쉬… 못된 병명 개명

 

과거 인기를 끈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가운데 삼순이가 있었다. 자신은 평균이지만, 평균 이하라고 믿는 그녀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한 것은 바로 그 촌스러운 이름이었다. 주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삼순’이라는 이름이 자신에 대한 편견과 비하의 화살이 된 셈이다.

질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병명이 부지불식간에 해당 환자를 비하하는 뜻으로 간주될 때도 있다. 보건당국도 이에 공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개선의 하나로 ‘감염병 진단기준’을 일부 개정해 간질을 뇌전증으로, 간질발작을 뇌전증발작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러한 병명은 대개 뇌질환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뇌전증도 뇌질환의 하나이다. 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등 일시적인 뇌기능 마비가 반복되는 질환을 가리킨다.

임신 중 영양상태나 출산 시 합병증 등으로 태어날 때부터 뇌전증을 앓을 수 있고, 나이 들어 외상이나 감염, 뇌졸중 등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 가능하지만, 특유의 발작 증세와 뇌질환에 대한 인식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간질이 단순한 병명을 넘어 비하의 뜻까지 담아 통용돼 온 것이다.

이에 앞서 정신분열증도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환자들이 병명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두려워 조기에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련 학회가 파악해 병명 개정을 추진한 결과이다. 이 사례는 지난해 국제 유명 의학 학술지인 란셋에도 소개된 바 있다.

조현병에는 현악기의 줄을 고르듯(조현)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해 조화롭게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만큼 조현병은 비교적 흔한 병이며, 뇌의 기질적 이상 때문이지 정신력이나 성장과정 탓은 아니다. 이 또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면 증상을 상당 부분 호전시킬 수 있고, 관리하며 살 수 있다.

병명뿐만 아니라 해당 질환과 관련된 진료과목도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개명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을 달리 한 것이다. 당시 관련 학회 조사에서 의사와 환자, 일반인 대부분이 개명에 찬성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1/3 이상은 평생 한 번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90% 가까이는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인식과 편견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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