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오래된 흑백사진 속 두 남성. 작업복을 입고 전신주에 매달린 채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크게 붙은 이 사진이 어린 커플의 눈길을 붙들었다. 갓 스무 살쯤 돼 보이는 남녀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그렇게 급했나? 왜 퓰리처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는데…”, “난 알겠는데, 정말 좋아하면 저럴 수 있어”

이 사진은 지난 1968년 언론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동성애 장면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 전신주 위에서 작업하던 동료가 고압전류에 감전돼 기절하자 다른 동료가 황급히 인공호흡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의 제목은 ‘생명의 키스’, 동료의 심폐소생술 덕에 감전된 근로자는 결국 살아났다. 어린 커플은 이 사진을 난생처음 본 모양이다.

심폐소생술은 갑작스런 심장정지 환자에게 실시하는 응급처치이다. 순간의 대처가 생사를 좌우하는데, 의료계는 심장정지 후 4~8분을 기적의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이보다 산소 공급이 늦으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심장정지 후 퇴원생존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장정지 환자는 주로 집밖에서 발견된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면 그만큼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입원한 환자의 퇴원생존율은 13.7%로 높게 나타났다. 책임질까 두려워 망설일 필요도 없다. 지난 2008년 선한 사마리안법이 발효되면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은 응급상황에서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유용한 심폐소생술 방법을 소개한다.

1. 확인= 환자의 어깨를 두드려 의식과 반응을 확인한다.

2. 119= 환자 반응이 없다면 주변이나 119에 도움을 요청한다.

3. 흉부압박= 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를 손꿈치로 빠르게 압박한다. 1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매번 5~6cm 깊이로 강하게 눌러준다.

4. 인공호흡= 환자 머리를 젖혀 기도를 열고, 코를 막고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숨을 2회 불어넣는다. 약물중독에 따른 질식이 아니라면 과도한 인공호흡은 불필요하다.

5. 반복=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반복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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