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게 아닌데…” 엉뚱하게 대박친 약들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옛말도 있다.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두 속담이 통한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경우가 의약계에는 종종 있다. 특정 용도로 개발하다 실험과정에서 전혀 뜻밖의 효능이 발견돼 대박을 친 약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만큼 비밀이 많은 약도 없다. 해열, 진통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관절, 근육통, 치통, 소화 작용, 혈소판 응집억제의 효능도 있다.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겠지만, 약에는 늘 부작용의 덫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혈관용으로 나온 아스피린은 의사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비아그라 역시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발기부전 개선 효과가 발견됐다. 예상하지 못한 비아그라의 부작용은 고개 숙인 전 세계 중년남성들에게 희망을 줬다. 개발 당시 임상 시험이 끝난 뒤에도 환자들이 추가 투약을 강하게 원하는 것을 연구진이 이상하게 여기면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산병 증세를 완화하고, 피임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에도 원래 용도와 다른 효능을 내는 치료제들에 관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한 제약사가 개발한 바르는 무좀약인 ‘사이클로파이록스’가 에이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미국 럿거스 뉴저지메디컬스쿨의 연구가 나왔다. 연구진들은 이 무좀연고가 정상세포는 놔두고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세포만 스스로 자살하도록 만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달에는 관절염 치료제가 전신 탈모증 환자의 발모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예일대 의대 피부과 조교수인 브렛 킹의 연구에 따르면 전신 탈모증을 앓고 있는 20대 남성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토파시티니브’를 처방받은 뒤 머리, 눈썹, 속눈썹, 얼굴, 겨드랑이 등에서 털이 자랐다. 관절염 치료제가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체계를 바꿔 털이 다시 자라나게 하는 효과를 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를 진행한 브렛 킹 교수는 “비록 하나의 성공사례에 불과하지만, 전신 탈모증과 토파시티니브 구연산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성공을 확신했다“며 ”다른 환자에게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천식치료제가 소음성 난청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생쥐실험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아주대 의대 박상면 교수팀은 지난 23일 “천식치료제인 ‘몬테루카스트’가 청각세포의 사멸을 막아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몬테루카스트는 소음이 난청을 유발하는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에서 이 약물을 주입한 쥐의 청각세포는 계속 소음에 노출됐는데도 손상률이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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