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첫 경험 10~13살… 담뱃값을 올려라

 

지난 10년간 요지부동이었던 담뱃값이 오를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인데, 올해 세계 금연의 날 주제가 바로 담뱃세 인상이다. 지난 2005년 국제법으로 발효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당사국 총회 의장국이 현재 우리나라지만, 국내 금연정책은 그동안 후진적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흡연이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다. 뇌졸중과 후두암, 식도암, 폐암, 허혈성심질환, 췌장암, 결장암, 당뇨, 자궁암, 방광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들다. 흡연할 경우 이러한 암 발병율은 최대 6.5배까지 높아진다. WHO는 담뱃세가 올라가면 죽음과 질병이 줄어든다는 점을 올해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달 31일, WHO가 각 당사국에 촉구한 담뱃세 인상률은 50%이다. 모든 국가가 담뱃세를 50% 올리면 3년 안에 흡연자가 4900만명까지 줄어들고, 흡연으로 사망하는 110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WHO는 전망했다. WHO FCTC가 권고하는 담뱃세 권고 수준은 최종 소비자가의 70%이다.

실제 담뱃값과 담뱃세가 오르면 흡연율은 떨어진다. 국가별 성인남성 흡연율을 보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해진다. 한국과 중국, 태국의 흡연율은 40%대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49%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들 3국의 담뱃값은 909원~2500원 수준이다. 흡연율이 20~30%대에 그친 다른 OECD 국가들의 담뱃값이 6천원~16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싸게 형성돼 있다.

흡연율이 낮은 국가들의 대부분은 담뱃세 비율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우리나라의 세율은 62%로 WHO FCTC의 권고 수준인 70%에 못 미친다. 담뱃세에는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폐기물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세계 금연의 날을 기념해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담뱃세 인상의 보건학적 의의와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효과에 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됐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는 이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담뱃세 인상으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으로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에게 금연 약물 치료 보험급여 등 금연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 의대 조홍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이 건강증진은 물론 저소득층의 건강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OECD 남성평균흡연율에 육박하며, 미국 청소년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최근 10년간 11~12%를 기록하고 있고, 흡연을 처음 경험하는 나이대도 10~13세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은 “담뱃세 인상으로 청소년의 담배 구매력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보건의료원 이성규 박사는 2009년 미국의 담뱃세 인상 사례를 분석해 담뱃값 인상을 저지하려는 담배회사의 반대 논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담배값 인상에 반대하기 위해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담배 밀수, 저소득층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을 제기했다. 이 박사는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인상 반대 논리는 실제보다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면서 담뱃세 인상에 성공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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