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는 일본 유술… 타격 기술 더해 해외 전수

 

●이춘성의 세상 읽기(4)

격투기 100배 즐기기 ② / 필살기 주짓수

격투기 선수에게는 주특기 종목이 한 가지씩 있다. 출신 성분에 따라 킥복싱, 레슬링, 유도의 한 가지를 주특기로 삼는다. 현대 격투기의 초창기에는 주짓수(jiu-jitsu)라는 무술 출신 선수들이 타이틀을 휩쓸었다. UFC의 초대 챔피언인 호이스 그레이시(Royce Gracie), Pride FC의 초대 챔피언인 힉슨 그레이시(Rickson Gracie) 모두 주짓수 출신이다. 격투기가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주짓수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싸움 기술이 되었다. 모든 선수들이 주짓수를 연마함에 따라 주짓수 출신 선수들의 이점(利點)이 오히려 사라진 느낌이 든다.

UFC, Pride FC 등의 시작도 알고 보면 주짓수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마련된 무대였다. 과연 주짓수란 어떤 무술인가? 처음 들어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주짓수는 ‘브라질리안 주짓수’ 또는 ‘그레이시 주짓수’라고도 불리운다. 브라질의 그레이시 가문에서 실전 기술로 발전되고 전세계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짓수는 브라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무술이 아니다. 일본 고유의 무술이 브라질을 거쳐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이 전파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격투기 발전사를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주짓수

주짓수는 일본에서 17세기 이후 ‘유술(柔術)’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온 무술이다. Jujutsu, jujitsu, jiujitsu 등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현재는 jiu-jitsu로 가장 많이 표기된다. 유술은 전쟁터에서 (무기를 지급받지 못한) 무사들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로 발전되어 왔다.

카노 지고로 (嘉納治五郞, 1860~1938): 유술에는 수 많은 유파가 있었으나 일본 유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카노 자고로가 가장 효율적인 기술들을 모아 유도(柔道, Judo)라는 이름으로 통일하였다. 카노는 효고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유술 스승들을 찾아 다니며 유술을 연마하여 고수가 되었다. 카노는 어른이 되어서도 5 feet 2 inches (157cm), 90 pound (41kg)의 빈약한 몸매였다고 한다. 당시 수백 개의 유술 유파가 있었는데 이들의 기술 가운데 ‘눈 찌르기’와 같이 생명을 빼앗는 치명적 기술은 제외하고, 상대방의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엄선하여 유도를 창안하였다. 카노에게 유도는 무술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방식까지 결정하는 일종의 도(道)였다. 그는 강도관(講道館, Kodokan)이라는 도장을 만들어 자신이 창안한 유도를 교육하였으며 전세계 유도의 본산이 되었다. 카노는 쓰쿠바(築波, Tsukuba) 대학의 전신인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23년 이상 교장을 하면서 교육 발전에도 힘썼으며, 아시아 최초의 IOC 위원으로 유도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카노 유도의 차별성은 기량에 따른 벨트(띠) 시스템을 도입한 것과 ‘Randori’라고 불리우는 자유 대련을 도입한 점이다. 자유 대련 연습을 통하여 강도관 출신들은 다른 유파 출신들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장 밖에서의 대결과 스트리트 파이터와의 대결은 엄격하게 금하였다. 싸움 기술보다는 스포츠로서의 유도를 강조한 것이다. 카노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난 4대 천왕이 유명하며 이들 가운데 ‘사이고 고로’ 등은 유도를 주제로 한 만화를 통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에다 미츠요 (前田光世, 1878~1940) : 마에다는 현대 격투기의 발전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카노 지고로의 강도관 제자인 마에다는 유도 입문 3년 만에 강도관 고수 3인방에 오른다. 160cm가 안 되는 작은 체격이었지만 스모 선수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힘이 장사였던 마에다는 25세에 강도관 4단의 최고 경지에 오른다. 타(他) 유파와의 시합을 금지하던 강도관에서 벗어나 프로레슬러, 스트리트 파이터 등과 자유로운 격투 교류를 벌여 강도관에서 파문을 당한다. 미국, 유럽 등을 돌며 2,000여 회 이상의 이종격투를 벌이면서 유도에 없는 타격 기술, 하체 관절기술 등을 더욱 연마, 발전시킨다. 스승인 ‘카노 지고로’로부터 스포츠 유도를 배웠지만 실전 싸움을 통해서 현재의 유술로 발전시킨 것이다. 마에다는 ‘콘데 코마(Conde Coma)’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마에다의 일생이 ‘콘데 코마’라는 만화로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코마’는 ‘곤란하다’라는 뜻이며 ‘콘데’는 ‘백작’이라는 뜻으로, 아무도 선뜻 맞붙기 원치 않는 싸움의 고수라는 뜻이다. 이 만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다.

마에다는 스페인을 거쳐 브라질에 정착하여 살면서 현지 유력 인사인 ‘가스타우 그레이시(Gasteo Gracie)’를 만나 아들의 교육을 부탁 받고 큰 아들인 카를로스 그레이시(Carlos Gracie)에게 유술을 전수한다. 이것이 현대 격투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리안 주짓수(BJJ)’의 기원이 된다. 서양 여성과 결혼하여 브라질에서 살던 마에다는 일본의 고향 아오모리를 그리워하며 63세의 나이에 신장질환으로 브라질 베렌에서 생을 마감한다.

일본의 유술에는 힐 훅(heel hook), 니 바 (knee bar)와 같은 하체 관절기가 원래 없다. 하체 관절기를 거는 순간 상대방의 상체 공격, 즉 칼로 찔리기 때문이다. 일본 전통의 유술과 가노 지고로의 유도에 마에다 개인이 체득한 하체 관절기, 타격기 등을 가미한 무술이 그레이시 패밀리에게 전수되었고, 이후 브라질에서 실전 무술로 더욱 변형, 강화된 것이 현대 격투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브라질리안 주짓수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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