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이식 면역거부 반응도 일부 해결 성공

 

동물 각막 인간 이식 인프라 한국이 가장 탄탄

동물의 췌도와 각막을 생산·이식하는 연구는 전 세계에서 국내 연구진이 가장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종이식 공여동물인 무균돼지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돼지조직을 분리하는 공정기술을 확립했으며 최고의 핵심 전문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이식 연구에 있어 이처럼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연구팀은 바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다. 사업단은 이종이식 임상적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종이식에 관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전 세계 이종이식 연구의 선두그룹에 자리하는 사업단은 지난 9년간의 지속적인 연구 수행과 노력으로 이 같은 결과물을 얻었다.

황우석 사태로 직격탄…연구센터 건립 백지화 위기

하지만 오늘날의 연구 성과가 빛을 보기 전 사장될 뻔 했던 위기도 있었다. 지난 2004~2005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조작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 영웅’으로 추대 받던 황 박사의 논문 두 편이 모두 조작인 것으로 밝혀지자 국민들은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황우석 사건은 난자채취 과정, 연구비 출처, 논문 진위 여부 등 연구윤리와 관련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원천기술은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사이언스지가 두 논문을 공식 철회했지만, 이 사건은 황 박사 한 사람의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묵묵히 연구에만 정진해온 많은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특히 황 박사와 연관이 있는 이종장기이식 연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경기도, 과학기술부, 서울대는 ‘황우석 바이오 장기연구센터 건립 협약’을 체결해 수원시에 이종장기이식연구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황 박사는 이 연구센터에서 무균돼지와 이종장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논문 조작 사건으로 이 협약은 전면 백지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종장기이식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교과부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이종이식사업의 존립 여부를 논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업단의 연구는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사업단은 이종이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불신 극복 위해 실용화 가능성 높은 분야에 집중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권복규 교수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황우석·안규리 교수가 애초에 구상 단계를 주도하긴 했지만 다년간 연구비를 지원 받는 독립된 법인이었기 때문에 황우석 사태에 큰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며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와는 달리 ‘윤리적’으로 특별히 지적될 사항도 없었기 때문에 종교계 및 윤리계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 이종장기이식이라는 용어가 심장이나 고형장기 이식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종이식연구에 대한 불신이 일부 존재하기는 했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고형장기 이식에 대한 연구는 임상으로 넘어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연구 분야다. 당장 임상에 응용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일부 학계 인사들이 이 연구를 신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업단은 이러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권 교수는 “고형장기이식 연구를 염두에 두되, 우선 실용화가 가능한 췌도 및 각막 이식 등 조직이식을 연구하는 쪽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또 “관련 연구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적극적인 홍보는 삼가했다”며 “무리한 홍보는 황우석 사건과 같은 잘못된 여론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방향 정확히 알면 학계 인식도 달라질 것”

그럼에도 이종이식 연구를 반대하는 학계의 견해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한다는 점에서 동종이식보다 많은 부작용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업단은 이러한 인식도 차츰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이종이식의 현실과 진행 방향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학계의 태도도 바뀔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 분야가 급속한 발전을 이뤘고 그 중심에 본 사업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이식을 반대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면역거부반응은 형질전환 무균돼지를 통해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 또 돼지조직을 영장류에게 이식하는 전 임상 실험에서 생존기간 연장에 성공을 거두며 임상시험 진입기준에 만족하는 틀도 마련했다.

사업단의 참여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종이식 규제논의 현장에는 한국대표로 참석한 바 있고, 국제 이종이식학회(IXA) 학술대회에도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또 스웨덴, 미국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동아시아 이종이식 협력 연구체계를 구축하는 등 이종이식 국제 허브를 마련하는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 장기 불법매매 등 사회적 문제 해소 기대

사업단이 2004~2012년까지 발표한 논문만 196건에 달하고 43건의 특허 출원 중 20건이 특허 등록이 되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성과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종이식이 임상 적용된다면 그 강점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사람 간의 장기이식으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문제들이 감소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동종장기이식은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사람의 장기를 이식한다는 점에서 그 숭고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불법 장기매매, 원정 장기이식,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이종이식이 현실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다.

사업단은 생명공학 연구자가 갖춰야 할 윤리성과 도덕성을 우선에 둔다는 신념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자는 과학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진실을 말하고 과학자로서의 진실성(integrity)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 위에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에 대한 윤리의식, 연구 대상자가 되는 사람의 인권과 복지를 지켜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며 “이종이식은 민감한 연구인만큼 사회 전반의 시각과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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