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치료 받지 마라….90% 이상 자연치유”

왜일까? 무엇이 잘못됐을까? 내가 자만한 것일까? 분명히 수술은 완벽했는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윤도흠 교수(58)는 지난해 두 환자의 수술을 깔끔히 끝내고도 환자 몸이 마비되자 한 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는 며칠 동안 오전 2, 3시경 병원의 교수실로 출근해 그날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이를 글로 정리했다. 얼마 뒤 열린 아시아척추학회에서 이 사실에 대해서 알리고 예방법에 대해 다른 학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두 환자의 고통스런 모습이 눈에 밟혀 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윤 교수는 한 해 500여 명의 난치성 척추병 환자를 수술한다. 특히 목뼈 질환과 척수종양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고수’다. 환자의 80%는 다른 의사들이 의뢰한 난치 환자이고 마비 직전에 오는 환자도 많아 수술이 잘 돼도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윤 교수는 이 경우에도 불운 탓으로 돌리지 않고 가슴 아파하는 의사다. 부인은 “왜 힘든 환자만 보면서 힘든 길을 가느냐”고 말한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의 진료부원장으로 온갖 일의 뒤치다꺼리를 맡고 있고, 재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의 병역 논란을 마무리해서 ‘음모론자’들의 욕지거리를 뒤집어썼어도 무덤덤하게 이겨냈지만, 환자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말수가 준다.

윤 교수는 의대 때부터 뇌에 관심이 많아 신경외과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뇌수술을 전공해서 뇌정위기능수술의 대가 정상섭 교수(현 분당차병원 뇌신경센터장)의 문하로 들어갔지만 전임의 때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영수 교수(현 김영수병원 원장)가 잠시 도와달라고 해서 응했다가 평생 전공이 척추로 바뀌었다. 윤 교수는 1993년 미국 뉴욕대병원에서 연수하면서 척수 분야의 세계적 대가 와이즈 영 박사의 문하로 척수 손상에 대한 온갖 동물실험을 했다. 또 목뼈 질환에 대한 갖가지 수술법을 익혔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이 마비 위험이 있다며 목뼈 수술을 꺼릴 때 윤 교수는 수많은 경추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1998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전국의 의사들이 보내는 난치 환자를 치료해 왔다. 그는 2003년 아시아 의사 중 최초로 경추인공관절 치환술에 성공하는 등 이 분야의 발전도 이끌고 있다.

윤 교수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퍼졌다. 환자들뿐 아니라 중국, 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제자들이 ‘한 수 가르침’을 청하고 찾아오고 있다.

2007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추학회를 만들어 1, 2회 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했고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을 거쳐 지난해 9월에는 일본 삿포로에서 학회를 열었다. 지난해 학회에서는 일본 의사 200여 명을 비롯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500여명의 의사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학회는 창립 시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일본 정형외과 의사들과 이에 동조한 일부 한국 의사들의 방해공작이 있었지만, 일본 의사들이 대거 참여해서 각국 의사들이 놀랐다. 이 학회에서 윤 교수는 창립자(Founder) 겸 본부 회장(President)으로 개회사를 하고 척수종양의 최신치료법에 대해서 특강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경추질환의 ‘세계 4강 컨퍼런스’를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는 일본 게이오대학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중국 베이징대의 책임자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해 이를 성사시킨 것. 세브란스병원에서 개최된 첫 컨퍼런스에서 윤 교수는 3개국의 ‘세계적 고수’ 20여명을 초대해 수술시범 동영상을 보여주고 토론을 이끌었다. 동남아의 교수 20여명이 ‘고수들의 향연’을 보러 오기도 했다.

윤 교수는 ‘수술의 고수’이지만 수술 만능론과는 거리가 멀다. 나누리병원 장일태 이사장과 ‘바른척추연구회’를 만들어 척추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는 과잉치료를 방지하는 운동을 펼쳤다. 현재 회원 90여 명이 윤 교수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정형외과의 김동준(이화여대)·신병준(순천향대)·이춘기(서울대)·이춘성(울산대)·이환모(연세대)·하기룡(가톨릭대)·교수와 신경외과의 김영백(중앙대)·성주경(경북대)·신원한(〃)·어환(성균관대)·오성훈(인천나누리병원, 이상 가나다 순) 교수 등 척추 진료 분야 전국의 명의들과 ‘척추포럼’ 등을 만들어 무분별한 수술을 자제하자는 자정운동을 펼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윤 교수는 “요즘 환자들에게 수술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져 다행스럽지만 황당한 민간요법이 그 틈을 비집고 횡행하고 있어 문제”라면서 “요통 환자의 90% 이상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 치유되므로 기적 같은 효과를 내세우며 한 달 몇 백 만원을 요구하는 치료는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척추질환은 퇴행성 질환이 많아 무턱대고 수술에 의존해서는 안 되지만 꼭 필요한 수술을 미루는 것도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목뼈와 척수신경을 잇는 ‘경추후종인대’가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변하는 ‘경추후종인대골화증’은 수술시기를 놓치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온몸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것.

윤 교수는 “옛날에는 목뼈 수술 시 중추신경을 건드려 마비 사고가 생기곤 했지만 요즘에는 수술법이 발달해 안전도가 크게 향상됐다”면서 “수술을 꼭 받아야 할 경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히 수술 받아야 할 환자가 명의에게 수술 받는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곤란하다”면서 “어떤 환자에게는 수술 일정이 밀려 내가 수술할 수 없으니 다른 의사에게 수술 받을 것을 권하지만 무작정 기다렸다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가 돼 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척추치료 베스트닥터에 윤도흠 교수

윤도흠 교수에게 물어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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