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놈이 뭘 투덜거리느냐고요?

 

화제의 의인(醫人) ⑦ / 싱어송 라이터이자 정신과 의사 김창기

가수 동물원의 전 멤버이자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 2집 앨범에 미니앨범까지 발표한 솔로가수,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이 정도 남자라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의사? 기능인일 뿐 특별할 것 없다”, “가수로서의 거창한 욕심도 없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동물원 멤버로 출발, 10년 공백 끝 2집 앨범 출반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생각과 마음의원’ 소아정신과 의사 김창기는 1990년대 초중반 가수 동물원의 멤버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동물원을 탈퇴하고 가수 이범용과 잠시 그룹을 결성했다가 2000년 솔로 1집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2집을 내기 까지 10년이 넘는 공백기가 있었다. 오랜 공백 끝에 팬들과 재회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는 거울 같고 백지 같아야 하는데, 가수활동을 하면 이미지와 선입견이 생겨 이를 피하려고 했다”며 “또 음악적으로는 더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길 기다렸다. 기다려도 쉽게 오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음악을 쫓기로 했다. 매일 한두 시간씩 스토리를 짜고 멜로디를 구성하며 노래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 음반을 발표해도 되겠다 싶을 때 2집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미지근함을 넘어 거북함이었다.

“대중들이 불편해 했어요. 나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노래들이 좋은데 사람들은 거북하고 무겁다고 하네요. 또 잘 먹고 잘 사는 놈이 뭘 투덜거리고 있느냐고(웃음).”

2집 정규앨범 ‘내 머릿속의 가시’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지만 그는 올해 미니앨범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를 들고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다. 평범하지 않은 남자가 하는 평범한 이야기란 뭘까.

실패’ 불구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로 재도전

그를 인터뷰하기 전 그의 앨범을 쭉 들어보았다. 노래 속 화자는 ‘잘난 것도 없고 특별히 못난 것도 없는 평범한 남자’로 ‘욕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인정도 특별한 비난도 받지 않는 평범한 직원’이다.

“사람들은 2집 앨범의 화자가 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가사 속 사람이 진짜 나라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스토리를 구성해서 가상의 화자를 만든 건데 대중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 미니앨범은 아예 내 삶의 순간을 스냅사진 찍어 전시하듯 내 이야기로만 채웠어요. 좀 더 신빙성 있는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의 수수한 면모는 거침없는 말투, 특히 옷차림에서 나타난다. 인터뷰 당일 만난 김창기는 파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이번 미니앨범 사진도, 지난해 화제가 됐던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 출현할 때도 이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파란색 컬러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런데 싱겁게도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한다. 옷에 신경을 안 써서 어쩌다보니 촬영 때마다 같은 옷을 입게 됐다고.

뮤비에 아내와 함께 출연… 병원 지하서 작은 콘서트

이번 미니앨범은 김창기 본인의 이야기로 구성된 만큼 뮤직비디오에도 자신과 그의 아내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오랜 부부 사이라기보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 같다.

그의 히트곡인 ‘널 사랑하겠어’도 부인에게 바치는 노래였다고 한다.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만든 이 곡은 신혼 때 샤워를 하면서 멜로디를 구성하고 부인을 떠올리며 작사를 했다. 이번 미니앨범에도 부인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2집보다는 반응이 긍정적이다.

“사실 음악으로는 더 이상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도저히 안 되는구나, 현실 직시를 했죠. 나는 히트작곡가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청자를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고.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내 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노래를 선사하자는 수준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소극장 공연도 자주 하고 있다. 병원 지하에 공연장을 마련해 페이스북 친구들을 초청하고 홍대나 지방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동물원 시절보다는 팬 연령도 높아지고 남성 팬 비율이 훨씬 많아졌지만 여전히 젊은 팬들도 공연장을 찾아온다.

부정적 반항적 아이들 마음의 상처 치유하며 큰 보람

의사로서 김창기는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린 만큼 병이 고질화되지 않아 치료 반응이 좋다고 한다. 사회에 부정적인 아이들, 반항적인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열정만 가지고 산다면 괴로울 것”이라며 “우수한 선생들이 잘 닦아 놓은 길을 학습하고 답습한 기능인이자 기술인으로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치료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로서는 비교적 환자들을 충족시켜주는 퍼센티지가 높지만 가수로서의 타율은 낮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의 히트곡인 ‘널 사랑하겠어’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처럼 밝고 따뜻한 노래보다 우울한 사운드와 가사로 구성된 곡이 많아 대중과의 소통장애가 있는 탓이다.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기회를 넓히고 있는 만큼 음악가로서의 김창기도 임상가로서의 김창기만큼 높은 타율을 올리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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