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팔자걸음? 골반 디스크에 골병든다

화제의 의인(醫人) ④ / 걷기 전도사,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

 

지난해 KBS의 건강 프로그램인 ‘비타민’은 500회를 맞아 의학 각 분야 최고의 명의들을 출연시켜 ‘10년 젊게! 10년 더 사는! 명의의 선물’이라는 주제로 특집방송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유방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노동영(58) 서울대 암병원 원장은 유방암을 예방하고 이길 수 있는 선물로 운동화를 내놓았다. 그가 운동화를 갖고 나온 이유는 걷기를 하라는 뜻이었다.

“암 예방은 물론 치료효과도 좋아져” 환자들에 걷기 권유

“매일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유방암 위험이 30% 가량 줄어듭니다. 또 유방암 환자도 운동을 하면 치료 효과가 월등히 좋아집니다.”

“그런데 운동을 매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운동화를 가까이에 놓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운동화를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병원 내에서도 제가 걷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부지런해야 하는 외과 의사들은 진료와 외래를 보면서 하루 8000보 정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노 원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MC들을 상대로 올바른 걷기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하는 등 걷기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걷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15년 전부터입니다. 올바른 걷기에 대해 알기 위해 책도 많이 읽었고, 체육학과 교수들에게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팔자걸음으로 걷다보면 골반에 병이 생길 수도 있고, 목에도 디스크가 오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자세로 걷는 방법을 잘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핑크리본 캠페인 시작하면서 마라톤 시작, 전국서 대회

노 원장은 마라톤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마라톤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유방암 예방을 위해 2001년부터 ‘핑크리본 캠페인’을 시작하면서였다.

노 원장은 2000년 한국유방건강재단 설립에 큰 역할을 했으며 매년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를 주도해 오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지금은 5개 대도시에서 3만5000여명 정도 마라톤에 참여하고 있고, 10월에는 대한암협회에서 불을 밝히는 라이트닝 행사도 겸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핑크리본은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어 현재 유방암 인식의 국제적인 상징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여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도덕적 후원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유방암 예방 교육의 의미로도 확장되어 대규모의 건강 문화 캠페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001년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안을 해 핑크리본 캠페인을 국내에 도입했습니다. 올해에도 부산에서 시작해 대전, 광주, 대구, 서울에서 5㎞와 10㎞ 마라톤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온 가족이 마라톤에 참여해 유방암을 비롯해 건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합니다. 이렇게 캠페인을 진행해오면서 마라톤에 직접 참여해 뛰다보니 마라톤에 대해서도 좀 알게 되더군요.”

등산에도 일가견…국내 명산 두루 섭렵, 히말라야 등반도

노 원장은 등산가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바쁜 일정 때문에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 산에 주말이면 올랐다. 지리산, 한라산을 비롯해 국내 명산을 안 다녀본 곳이 없다.

노 원장은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과 히말라야에 오른 적도 있다. 유방암을 겪었거나 투병중인 9명의 합창단원이 그들을 치료해 준 노 원장과 히말라야에 오른 뒤 히말라야 등반기와 투병기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인 ‘핑크 히말라야’를 2012년 출간하기도 했다.

“환우회합창단의 초청으로 같이 히말라야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고소증이 와서 4700m까지만 올랐지만 같이 등반을 하면서 여러 가지 교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킬리만자로에 갈 예정입니다.”

노 원장은 ‘디지털 시대의 명의’로 불리기도 한다. 온라인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환자의 질문에 직접 답해 온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노 원장은 오전 7시면 유방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비너스회’ 홈페이지(www.koreavenus.com)에서 질문에 답을 해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하루에 2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하루도 안 빼놓지 않고 ‘노동영의 Q&A’ 코너에서 온라인 질문에 답해주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하루 환자 200명 돌보며 새벽엔 온라인 상담까지

“진료 시간에 환자들과 이야기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데다 환자들에게 질문할 시간을 줘도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필요한 질문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온라인 질문에 댓글을 달아주고 있습니다.”

“사실 암에 걸리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 중에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 부분을 해결해 주고 싶어서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노 원장은 대외 활동뿐 아니라 연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1994년부터 세계적 권위지에 그가 발표한 유방암과 관련된 논문은 100여 편이 넘는다. 또 최근에는 국민건강지식센터를 만드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노동영의 Q&A’ 코너에서 단 댓글에 지금까지 환자로부터 온 응답은 무려 3만 6000여개를 훌쩍 넘었다. 연구실적으로 따지면 3000여건을 넘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으로 출장을 가서도 댓글 달기를 하고, 유방암 예방을 위해 걷기와 마라톤 전문가가 된 노동영 원장.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린다는 각오로 각고의 노력을 해오고 있는 그를 보면서 ‘인술(仁術)’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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