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치매 아시아계 미국인 극심한 이중고


 

언어 안 통해 요양원에도 못 가

노년층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미국인들보다 재정적·문화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녀 세대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75세 이상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나라 여성들의 자살률은 동일한 연령대의 다른 미국인 여성들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2012년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 중 9.1%가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연령대 아시아계 미국인은 12.3%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노년층 아시아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정신 건강도 양호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베트남 출신 미국인인 81세의 한 여성은 최근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며 추운 날씨에 집밖으로 나가는 돌출행동으로 가족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들은 방문을 잠그고 외부로의 출입을 막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여성의 딸인 61세 손톱관리사 루 씨는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자신이 하던 관리사 일까지 그만두었다. 루 씨에 따르면, 많은 동양계 미국인들이 자신의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집에서 머무르며 간호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1730만 명 중 75%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따라서 언어적인 장벽을 겪고 있는 데다 부모를 모시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은 아시아계 미국인뿐 아니라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은 요양시설에 부모를 맡기거나 가정간호사를 구하는 일이 보다 수월하다.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많기 때문이다.

인구 통계학 분석가인 잔리안 팽은 동양인들은 유교철학에 따라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 부모를 집에서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요양원 시설에 부모를 맡기고 싶어도 미국 내 요양시설에 언어가 통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부모를 맡기기가 어렵다.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할 수 있는 재택건강보조원을 양성하는 단체를 설립한 최임자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위암에 걸린 후 이 단체를 설립했다. 최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아플 때 차마 요양시설로 보낼 수 없었다”며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말도 통하지 않고 익숙한 음식도 먹을 수 없는 요양시설로 보내는 것은 아시아 문화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이것은 극도의 고통”이라며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언어가 가능한 스텝과 익숙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요양시설 및 가정간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인청(AOA)에 따르면 현재 100만 명에도 미치지 않는 65세 이상 하와이안과 태평양 섬 거주자들이 2020년에는 250만 명, 2050년에는 750만 명으로 증가할 예상이어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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