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자해’ 부른 의료 민영화, 문제는?

 

의료민영화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에 머물렀던 의료민영화가 15일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계기로 국민들의 체감 이슈로 떠올랐다. 16일 오전 주요 포털 사이트의 상위권 검색어에 ‘의료민영화’가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의료민영화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13일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대형병원(의료법인)의 영리목적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현행 의료법 시행 규칙상 병원에 허용된 부대사업은 장례식장, 구내식당 등 8가지로 제한돼 있지만 이를 개정해 바이오산업, 건강식품 개발, 외국인 환자 유치를 포함한 여행·숙박업, 온천·목욕업 등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이 부대사업들은 영리법인인 병원 자회사가 운영할 수 있다.

또한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해외 환자 유치전문 영리기업’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외부 투자금도 들여올 수 있다. 비영리법인인 국내 병원이 해외에 영리법인을 둘 수 있게 한 것이다.

현행 의료법상(제33조 2항) 의료기관 개설주체는 의료인 및 비영리법인(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 등에 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 등 ‘상법상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영리법인 설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료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서울아산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비영리법인이 개설 주체로 되어 있다.

영리병원 즉, 투자개방형 병원(For-profit hospital)은 외부에서 자본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기업형 병원을 말한다. 제주도와 경제특구에만 허용돼 있다. 외국자본이 51%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대병원 등 국내 큰 병원들은 비영리기관이다. 학교법인·사회복지법인·의료법인으로 외부 투자를 받지 못하고 수익금도 외부로 들고 나가지 못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타 산업에 비해 취약한 병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 내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채권발행 허용, 부대사업 대폭 확대, 인수합병과 법인약국 허용 등 이번 보건의료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은 의료영리화·상업화를 막아왔던 핵심규제 장치들을 완전히 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가 급속하게 영리화·상업화의 길로 들어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주식회사 영리병원 허용의 전단계로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주식, 채권발행을 통해 외부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연관기업과 합작투자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는 자회사라는 우회로를 통해 외부자본 투입 → 영리사업 → 이윤 배분 등 주식회사 영리병원 운영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 병원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병원 운영과 관련된 사업으로만 제한하고, 수익을 의료분야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등 자회사 남용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부대사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데다 영리행위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들도 급속하게 풀리면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모든 조건이 완비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들이 국민들을 위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는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각종 부대사업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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