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도, 개원의도 “살기 너무 힘들어”

 

최근 열린 한국의료윤리학회 심포지엄에서는 ‘학술대회’에 어울리지 않게 다소 파격적인 주제가 등장했다. ‘대학병원 의사의 현실과 생존’, ‘개원가 의사 현실과 생존’ 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바로 그 것이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은 동네병원들이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을 놓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중된다”며 반대 투쟁을 표명한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도 대학병원과 개원가 의사들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양대 의대 유상호 교수(의학교육교실)는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진료, 연구, 교육, 행정업무, 학회 활동 등으로 번-아웃(완전히 소진된)상태”라면서 “이중 진료 수익과 관련한 스트레스와 업무가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의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양(수익)으로 의사를 평가할 경우 상업주의, 실적주의의 덫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된 길인지 알면서도 이런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의사들을 진료수익의 첨병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의사들은 성과급제 등 각종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열악한 연구 환경에서 SCI급 논문게재 경쟁에도 내몰리고 있다.

유 교수는 “대학병원들이 규모의 경쟁에 뛰어들면서 의사 연봉제와 성과급을 앞세워 과잉검사나 과잉진료, 입원 유도를 비롯해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고 했다. 병원 내 의사들 간의 경쟁 심화로 대립도 극심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교수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의사들이 지나치게 실적에만 시달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의료계 미래는 어둡다”며 “교육, 연구, 봉사, 사회참여 등의 기회를 넓혀 주는 역할을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개원의는 “매월 매출액 가운데 병원 직원들 월급이나 경상비를 지출하면 실수익은 거의 없거나 적자”라며 “환자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주말이건 한밤중이건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고 고마울 뿐”이라며 “바빠지고 싶다”고 했다.

개원의이면서 의료윤리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홍성수 원장(경기도 성남시·연세이비인후과의원)은 “정부는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홍 원장은 “의사 사회 역시 전문가 집단으로서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걸맞는 윤리적 입장을 실천해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현실안주를 통해 스스로 사회적인 고립을 자초했다”며 “대다수 선량하고 성실한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협회와 의료윤리학회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홍 회장은 “리베이트쌍벌제, 만성질환관리제, 원격의료 확대안까지 정부에서 나온 의료정책들은 모두 소통이나 예측이 없는 왜곡된 것”이라며 “민간의료기관에 지나치게 공공성을 부여해 개원의들이 숨쉴 틈이 없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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