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치기 어려운 술의 유혹, 끊는 방법 찾았다

 

인간 치료제로도 개발 전망

술맛을 아는 사람들은 “딱 한 잔”의 유혹을 좀처럼 떨치지 못한다. 불과 2~3일전 과음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어도 주위에서 ‘똑’하면서 권유를 하면 자리를 박차고 따라 나선다.

과학자들은 향긋한 술 냄새만 맡아도 발걸음이 저절로 술집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술과 관련된 달콤한 기억이 술꾼의 뇌 속에 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유혹에 넘어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렇게 학습된 술에 대한 기억은 더욱 강화되고 술을 끊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술과 관련된 뇌 속의 기억만 선택적으로 지움으로써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신경과학과 도릿 론 박사팀은 “실험쥐의 뇌에서 알코올에 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분자표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 ‘mTORC1’이라는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과거의 음주와 관련된 기억을 교란시켜 알코올 중독의 재발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로는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다양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쥐들을 7주 동안 맹물과 20%의 알코올 용액 중에서 선택하는 학습과정을 통해 알코올에 중독된 쥐들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처음 실험쥐들을 알코올 맛을 보고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츰 알코올에 적응했고, 나중에는 대량의 알코올을 마시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중독에 이른 실험쥐에게 10일 동안 알코올을 투여하지 않은 다음, 알코올과 관련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의 맛과 향기를 유발하기 위해 한 방울씩 알코올을 공급했다.

이때 알코올의 맛과 향기는 실험쥐의 뇌에서 mTORC1을 활성화시켰고 다양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실험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mTORC1 저해제인 라파마이신을, 다른 그룹에는 가짜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실험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알코올 선호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일원이자 UCSF 신경과학과의 패트리셔 야낙 박사는 “라파마이신이 교란시킨 기억은 아마도 냄새와 맛을 쾌락과 연결시키는 기억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은 없다”며 “다른 연구자들이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라파마이신 등의 약물을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개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지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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