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 뒤편, 대형병원 불꽃튀는 전략

 

KBS 의학드라마 ‘굿닥터(위 사진)’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8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그 바통을 MBC가 바로 이어 받아 지난 9일부터 ‘메디컬 탑팀’의 방영을 시작했다.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브레인’ 등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의학드라마의 명성을 이어받은 두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병원이다.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은 소아외과 레지던트를 중심으로 따뜻한 휴머니즘을 그려낸 굿닥터와 각 분야 최고의 실력가들이 모인 의료협진 드림팀의 여정을 그리는 메디컬 탑팀은 각기 다른 색채를 지녔지만 촬영 로케가 병원이 될 수밖에 없는 공통적 운명을 짊어진 의학드라마다.

대형병원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일은 비교적 드문 일이다. 일촉즉발 긴장감이 감도는 병원에서는 항상 환자가 최우선이며 촬영이 환자와 의사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병원 간에 홍보 전쟁이 붙으면서 드라마 유치가 병원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굿닥터와 메디컬 탑팀도 대형병원에서 직접 촬영한 작품들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는 굿닥터가 촬영됐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메디컬 탑팀의 촬영지로 현재 이용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드라마 제작진이 지향하는 협진에 대한 의도가 병원이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아 촬영을 허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암 환자는 여러 과의 의견을 수렴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역시 협진의 과제”라며 “환자를 위한 최고의 의료팀이라는 드라마의 설정이 우리가 추구하는 다학제 진료와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다학제 진료는 각 분야 전문의들이 모두 모여 치료 방법과 시기 등을 논의하는 시스템이다. 내년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은 다학제 진료 및 치료, 치료 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굿닥터 제작진이 지향하는 의도에 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임성규 홍보팀장은 “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이 이를 극복하고 소아외과 의사로 거듭난다는 휴먼메디컬 드라마라는 점이 좋았다. 국민들도 치유 받을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라며 “서울성모병원은 ‘종합병원2’를 시작으로 2011년 ‘브레인’, 2013년 ‘굿닥터’까지 의학드라마의 메카가 됐다”고 말했다.

촬영은 대체로 진료시간과 검사시간을 피해 내원객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병원은 늘 환자분들이 계셔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병원에서의 촬영은 로비, 외래 진료실, 복도, 병원건물 밖 등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공개 촬영이지만 현장 질서도 잘 지켜진 편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메디컬 탑팀이 아직 2회분밖에 방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팬이 촬영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들은 대체로 촬영현장과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거나 배우와 스태프의 간식을 챙기는 등 좋은 분위기를 유도했다.

병원이라는 특수공간에서 촬영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발생한다. 서울성모병원 임 성규 팀장은 “보조출연자들이 간호사나 의사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그들을 병원 직원으로 오해할 때가 있다. 그런데 역시 연기하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환자들을 안내해주셨다”며 촬영장 일화를 소개했다.

드라마촬영이 병원 업무에 차질을 일으킨 사례는 양쪽 병원 다 없었던 만큼 향후 병원이 또 다른 의학드라마의 촬영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메디컬 탑팀은 아직 개원하지 않은 암병원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촬영을 승인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두 병원 모두 앞으로 좋은 시나리오의 드라마나 영화가 있다면 촬영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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