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해도 병이라더니… 치매까지?

 

천식·알레르기에 이어 치매까지

세균 등에 감염되는 것을 막으려면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하다보면 오히려 더 많은 병에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연구팀은 2011년 옷을 수시로 갈아입고 깨끗한 실내에서 인형놀이나 즐기는 여자아이들이 밖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뛰어노는 남자아이들보다 훗날 더 많은 질병에 걸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위생 및 위생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천식, 알레르기, 크론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 면역계 질병의 발생비율이 오히려 높아진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 자가 면역질환이 흔한 것은 지나치게 위생적인 생활환경 탓이라는 ‘위생 가설’이 있다.

인간은 흙과 접촉함으로써 수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벌레의 침입을 받는데 인체 면역계는 이런 침입자를 통해 누가 적군인지를 식별하고 실제로 싸우도록 훈련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의 데니스 카스퍼 교수는 “미생물은 인간에게, 인간은 미생물에게 상호 적응했으며, 인간은 스스로의 면역계를 자극하는 데 이들 미생물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비누와 세정제, 항생제, 멸균 젤 때문에 이들 미생물과 접촉할 기회는 극히 드물어졌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가 면역질환 환자가 많은 경향이 있다. 이런 위생 가설을 증명하는 또 한 가지 연구결과가 5일 나왔다.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몰리 폭스 박사는 이런 위생 가설이 치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폭스 박사 연구팀은 빈국과 부국 192개국의 위생환경과 치매 유병률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영국, 프랑스 등 깨끗한 상수도 체제가 갖추어진 나라는 케냐, 캄보디아 같은 상수도 보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 비해 치매 유병률이 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 전염병 발생률이 상당히 낮은 나라는 중국, 가나 같은 전염병 발생률이 높은 나라보다 치매 유병률이 12%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도시화 비율이 높은 나라도 기대수명에 상관없이 치매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폭스 박사는 “위생환경이 깨끗한 선진국들에서 유독 치매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오늘의 현상이 바로 위생 가설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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