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귀족 소녀 국내서 척추교정 받다 사망

아랍에미리트(UAE) 귀족 가문인 최고위층의 딸이 ‘한국의 의료 관광 프로그램’에 따라 서울의 척추 병원에서 척추 교정 수술을 받다가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UAE 10대 A양(16)이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 도중 사망했다. 이 병원은 정부와 병원업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의료 관광’ 유치에 앞장서온지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 귀족 10대 여성 수술 중 사망

『프레시안』과 『코메디닷컴』의 취재 결과, 지난 6월 13일 오전 5시 15분 아랍에미리트의 최고위층 자제인 A양이 수술실에서 스무 시간 가까이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받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이 여성의 시신은 사후 24시간 이내에 매장하는 이슬람 장례 문화에 따라서 당일 곧바로 아랍에미리트로 수송되었다.

이 병원은 한 달 가까이 이런 내용을 쉬쉬하다가 취재진에게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8일 “지난 6월 13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10대 여성 환자가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 중 사망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수술이 필요한 고도(85도) 척추측만증이라서 세 차례에 걸쳐서 교정 수술을 진행 중이었는데, 세 번째 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두 차례 수술을 잘 견뎌서, 세 번째 교정 수술에 들어갔는데 지속적인 출혈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무래도 몸무게 30㎏ 대의 10대 여성 환자라서 수술 부담을 견디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도 척추측만증 환자라 심폐 기능이 약해 있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척추 수술이 남발되고 있는 데다 일부 병원들이 외국 환자까지 유치해 ‘수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몸무게가 30킬로그램대이고 심폐 기능이 약한 10대 소녀를 상대로 세 차례에 걸친 수술을 감행한 것을 놓고서 병원 측의 수술이 적당했는지 의심한다.

척추가 옆으로 휘는 증상을 통칭하는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지속적인 관찰과 체형 교정 등의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척추 전문 병원은 굳이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척추측만증 환자에게도 수술을 권하고, 경험과 지원 인력이 부족해 감당할 수 없는 수술도 도맡아 왔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대학병원 교수들이 수술을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은 증상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나 수술비, 입원비, 간병비 등을 포함해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원으로서는 다른 어떤 치료보다도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A양 역시 병원을 자주 왕래할 수 없는 외국 환자라는 점 때문에 이 병원이 무리한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병원 측이 애초 감당할 수 없는 환자의 수술을 무리한 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85도면 아주 심하게 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나이에 비해서 몸무게가 적고 심폐 기능이 약하다면 만일의 경우에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런 지적을 놓고서 이 병원 관계자는 “이 환자는 심각한 고도 척추측만증이라서 수술이 꼭 필요했다”며 “아랍에미리트에서 병원까지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반론했다. 그는 “비슷한 수술을 성공한 사례가 많고 의료진은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다만 이 환자의 경우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병원은 A양의 보호자와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에 사망 경과를 설명하고, 국내 의료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서 이번 사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따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보호자와 아랍에미리트 측이 국내의 의료 분쟁 해결 절차를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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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병원은 9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로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A양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척추 교정 수술이 잘못되어서 이송된 환자였다”며 “한국에서의 추가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수술의 경과가 좋아 세 번째 수술로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사망 직후 곧바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측에서 보낸 의사에게 환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했고, 그 의사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는 잠정 판단을 내렸다”며 “시신은 그런 판단 이후에 아랍에미리트로 수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이번 사망 건의 조정을 신청했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밋빛 의료 관광, 환상 깨졌다

이번 아랍에미리트 10대 소녀의 죽음으로 무분별한 의료 관광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자 병원 숙박 시설인 이른바 ‘메디텔(meditel)’ 육성 방안을 내놓는 등 의료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기해 왔다. 이번에 10대 소녀가 사망한 병원은 이런 의료 관광 육성 정책의 역할 모델 중 하나였다.

아랍에미리트 10대 소녀의 죽음을 접한 보건의료계는 “그간 쉬쉬하던 의료 관광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 수익을 위해서 외국 환자를 유치하고,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사고의 위험은 항상 잠재되어 있었다는 것. 그 동안에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외국 환자를 상대로 한 심각한 의료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의료 전문 신현호 변호사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상을 알 수는 없지만 의료 관광으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부 피해자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소송을 차치하고 한국에 대한 외교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은 “의료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번 사고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속단하긴 힘들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척추측만증을 일회성 수술로 치료하려다 문제가 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진 기획국장은 “더 큰 문제는 사망 사건과 같은 심각한 의료 사고가 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환자는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책임 소재를 따지고 처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외국인 환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고도 언론의 취재가 없었으면 쉬쉬하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국장은 “의료 관광은 정부나 병원업계가 홍보하는 화려한 면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처럼 이면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과연 국내 의료 기관이 외국인 환자 진료 시 발생하는 의료 사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 의료 불평등 심화

아랍에미리트 귀족 가문 10대 소녀의 죽음은 의료 관광의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도 보여준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급 의료 수요는 높은 반면에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10대 소녀가 사망한 병원과 같은 곳이 현지의 네트워크 병원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의료 관광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미 지난 6월 17일 ‘의료 관광 사업의 윤리’라는 논평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의료 관광은 공공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들이 의료 관광 사업을 하는 병원으로 빠져 나가는 등 국내 보건의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 국가의 보건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부유층이 한국과 같은 나라로 의료 관광을 오는 일이 많아질수록 상대방 나라는 보건의료 투자를 회피하게 되고, 그 덕분에 그 나라의 저소득층은 보건의료 접근성이 더욱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여파 때문인지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개적으로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고영곤 기자 gony@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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