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넉넉한 스타 즐비… 골프와 몸매는 별개?

순간 파워·스윙·정신력이 좌우

지난 1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여자골프에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작성한 박인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11승을 거두고 있는 신지애, 일본여자프로골프에서 11승을 올리고 있는 안선주, 그리고 여자골프 최장타자로 유명한 로라 데이비스(영국)….

이들은 세계여자골프의 ‘큰 별’이라는 점 외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운동선수로는 다소 뚱뚱하다고 할 말한 몸집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사실 이들을 가까이에서 본 골프 전문기자들은 “뚱뚱하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든다. 대신 탄탄하고 힘이 넘쳐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타 종목 운동선수와 비교했을 때 골퍼들 중에는 뚱뚱한 선수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남자 골퍼들 중에 많다. 1960년대 ‘골프 황제’로 활약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황금 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뚱뚱하다.

콜린 몽고메리(영국), 대런 클라크(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영국), 이언 우즈넘(웨일스), 마루야마 시게키(일본) 등이 뚱뚱한 골퍼 부류에 속한다. 이들이 다소 비대한 몸집으로도 스타 선수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른 골프만의 특성 때문이다.

골프 전문가들은 “골프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닌데다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순간 파워와 스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체중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골프를 치는 시간 외에 헬스장 등에서 피트니스로 몸을 만들면 골퍼의 건강에는 좋지만 경기력 향상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PGA(미국프로골프)에서 5승을 올리고 있는 칼 피터슨(스웨덴)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피터슨은 한 때 피트니스로 몸무게를 15㎏ 감량했다가 스윙에 변화가 생겨 성적이 나빠지자 종전 체중으로 다시 몸을 불렸다.

새로운 ‘골프 여왕’으로 떠오른 박인비는 다소 통통한 몸 때문에 정석과는 많이 다르지만 자신의 몸에 맞는 특별한 스윙을 개발했다. 박인비의 백스윙은 가다가 마는 듯하고, 풀스윙을 해도 다른 선수들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또 지나칠 정도로 천천히 채를 들었다가 강하게 때리지만 공은 목표 지점에 쏙쏙 떨어진다.

여기에 골프는 멘탈 스포츠로서 심리적인 면이 아주 중요하다. 18홀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혼자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박인비를 차분한 평정심의 소유자라고 표현했다. 이런 평정심은 박인비의 넉넉한 몸에서 나온 게 아닐까.

궁금한 것 또 한 가지. 1년 내내 전 세계를 돌며 수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 골퍼들이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은퇴한 축구스타 이운재는 선수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이 살과의 전쟁이었다고 털어놨다. 쉽게 살이 찌는 체질 탓에 팬들로부터 ‘이운재가 운동을 안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골프 전문가들은 “조금 뚱뚱해 보이는 골퍼들이 골프를 안 한다고 상상해보라. 대부분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지만 골프를 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체지방률은 낮고, 근육량은 높은 좋은 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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