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역 갈등, 꼭 법이 가려줘야만 하나

 

최근 법원이 피부 레이저시술을 한 치과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의사와 치과의사 간의 진료영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이번 판결은 치과의사의 전문성 인정과 함께 국민의 건강 선택권을 위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반면에 의사들은 “의사들도 임플란트를 시술해도 무방하다는 억지 논리가 합법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치과병원장인 이모씨가 환자에게 주름, 잡티 제거 등 미용 목적으로 프락셀레이저 시술을 한 것이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진료 영역 싸움으로 확대됐다. 1심 법원은 이모 원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레이저시술은 안전성이 상당히 검증돼 있고 치과의사가 전문성을 가지는 구강악안면외과학의 범위에 속한다”면서 치과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치과대학에는 오래전부터 구강악안면외과 등이 개설돼 있고 교과서에도 안면피부성형술, 안검성형술, 모발이식술, 레이저성형술 등이 포함돼 있어 미용 목적의 시술도 치과의사의 진료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의료법은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한다고 했을 뿐 면허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한치과협회는 “이번 판결은 직역(의사, 치과의사 등) 간 면허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크게 의미가 있다”면서 “미용시술은 의사들의 성역이 아니다”라는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

한의계의 참의료실천연합회도 “의료법에는 면허범위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정부분 중복될 수도 있다”며 “양악수술은 본래 치과의사의 진료범위인 구강외과의 전문영역이며 치과의사에 의해 시행돼 왔는데 최근 성형외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의사협회는 “치과의사의 업무범위는 의료행위 가운데 ‘치과의료기술’에 의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제시하며 “대법원의 명확하고 준엄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놓고 의사, 치과의사들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결국 국민들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전문성이 두드러진 두 집단이 해묵은 진료 영역 갈등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까지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의사와 치과의사는 모두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발전을 공통 목표로 하는 동반자 관계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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