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클레인의 탈모, 그리고 ‘다이하드’

탈모 치료에 ‘기적의 요법’은 없다

영화 [다이하드]의 ‘Diehard’는 ‘끝까지 저항하는’ ‘완고한’ ‘고집불통’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어원으로 따지면 ‘잘 죽지 않는’의 뜻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존 맥클레인 형사 역을 맡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는 죽을 듯, 죽을 듯 고비를 넘기고 늘 끝까지 악과 싸우며 살아남는다. 브루스 윌리스뿐 아니라 영화 자체도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 25년 동안 시리즈로 이어지며 인기를 구가했다. 올 초 개봉된 5편에서는 아들까지 등장시켜 ‘맥클레인 부자’의 활약으로 히트를 쳤다.

직업병일까? 탈모가 전공인 의사여서인지 사람을 볼 때 머리부터 보는 버릇이 있는데, 윌리스는 이번 5편에서 머리를 완전히 박박 밀고 나왔다. 많은 영화팬들은 윌리스가 강인하게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멀쩡한 머리를 민 것으로 알고 있지만 탈모가 원인으로 보인다. 시리즈가 계속 되는 동안 머리카락이 조금씩, 조금씩 없어지던 끝에 이번에는 민머리로 등장한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악에 끝까지 저항을 해도, 그의 머리카락들은 세월에 저항하지 못했던 것일까?

원래 머리카락은 빠지면 다시 나게 돼 있다. 보통 하루 50개 정도 빠지지만 그만큼이 다시 나기 때문에 머리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람의 몸에서 머리카락처럼 주기적으로 재생되는 기관은 없다. 머리카락과 해부학적 구조가 유사한 인체기관으로 손톱과 치아가 있는데 손톱은 계속 자라기만 할 뿐, 빠지지는 않으며 치아는 어릴 때 한 번 빠졌다가 다시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손발톱을 억지로 빼면 재생되지만 어른의 치아는 재생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머리카락은 저절로 빠지면서도 재생되고, 억지로 뽑아도 재생되는 독특한 기관이다. 탈모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재생력이 문제가 생겨서 ‘재생 시스템’이 깨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머리를 감으면서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데, 탈모의 대부분은 재생이 안돼서 생긴 것이지 많이 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환갑을 눈앞에 두고 노화에 따라 머리카락의 재생능력이 떨어진 것이 민머리의 원인이다.

사람은 왜 나이를 먹으면 두피에서 머리카락의 재생능력이 떨어질까? 아직 과학은 100%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자라고 빠지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난다. 인위적으로 그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 그래서 의학자들은 발모 치료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반면 머리카락의 시스템에 대해서 깊은 사고가 없는 ‘돌팔이’들은 탈모와 발모에 대해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어느 발모제 광고를 보니 10일만 바르면 머리가 난다고 하던데,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탈모가 진행 중인 모발은 치료가 되더라도 일단 한 번 빠졌다가 다시 나면서 두피가 건강해지기 때문에 약이나 발모제의 효과가 있더라도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최소 3달이 걸린다. 성급한 환자는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치료효과도 사람마다 다르므로 웬만한 끈기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게 탈모 치료다. ‘사이비 의학’은 이 점을 노려서 몇 일만에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그게 먹힌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면서 ‘사이비 의학’ ‘기적의 요법’을 찾는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가 탈모 환자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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