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는 왜 안 나오나

예전에 이런 말이 유행하였습니다. 아내가 샤워하는 물소리를 들으면 남편이 부들부들 떤다구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남편의 양복 주머니 속에서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 약 봉지가 나오면 아내가 벌벌 떠는 세상이 되고 만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갱년기에 들어섰거나 이미 폐경이 된 여성들에게서 더욱 심각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흔히 보약이라고 일컫는 대부분의 한약들은 남성의 정력을 증강시키는 약들이었습니다, 많은 아낙네들은 한약방에 가서 보약을 사다가 정성스럽게 다려서 남편에게 먹였던 이유들도 대부분 그러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하였나요? 제가 알기로는 들인 돈과 정성에 비해서 효과는 별로 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뱀, 자라, 굼벵이, 지렁이, 지네, 전갈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정력에만 좋다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다는 비하 섞인 말들을 외국인들로부터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세상이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화이자 제약회사에서 내놓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출현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비아그라 연구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밟는 바람에 쥐를 잡아서 주인에게 엄청 칭찬을 받은 일과 비슷합니다.

화이자는 처음에 이 비아그라를 개발할 때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의 관상동맥을 확장 시켜주는 심장병 치료제의 개발이었습니다. 개발 과정 중 임상시험을 하는 동안 기대와는 달리 심장 관상동맥의 확장은 예상만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연구진들은 크게 낙담 하였습니다. 그동안 막대한 연구비와 시간을 투자 하였는데 이 연구가 실패로 돌아갈 운명에 처했으니 그 맛이 오죽하였겠습니까.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습니다. 회사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약들을 회수하려고 하였으나 그들이 이를 거부하고 혹시 그 약을 더 구 할 수는 없겠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약은 ‘허리 상학’에는 별로인데 엉뚱하게도 ‘허리 하학’ 쪽에서 그 효과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면에서 화이자 경영진의 현명한 선택을 존경합니다. 성급하고 아둔한 경영진이었다면 이 임상시험은 실패 하였으니 모든 약들을 회수하고 이 연구를 중단 한다고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지요. 한편 비아그라가 처음 목표했던 대로 연구에 성공하였다면 비아그라라는 이름도 붙여지지 않았겠지만 회사에 대한 기여도도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형태의 심장병 치료제가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들 중 하나인 one of them이 되었을 테이니까요.

비아그라라는 이름의 어원은 이렇습니다. 비아(via)는 혈압, 체온, 맥박 등을 나타내는 생체 신호인 바이탈사인(vital sign)에서 가져왔고 그라(gra)는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에서 가져다가 만든 합성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폭포수와 같은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뜻이겠지요. 한편 저는 웃자고 하는 소리로 비아그라가 우리말에서 기원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뱀이 정력에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뱀 고아 먹거라” 를 반복하다가 “비아그라”가 되었다고요…ㅎ ㅎ 암튼 이러하듯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출현은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는 메시아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성은 어떠합니까? 폐경 여성을 위한 호르몬제 치료가 유행하던 시절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2002년 7월에 발표된 미 국립보건원의 WH I(Woman Health Initiative)보고서는 여성들에 대한 호르몬 치료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은 물론이고 심장병 발생률까지 높인다고 발표하였으니 그 어느 환자와 의사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고 권하겠습니까? 그러나 이 연구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연령이 너무 높았다(평균 63세)는 문제로 현재에 와서는 잘못 디자인 된 점이 많았던 연구이고 또한 언론이 너무 부작용만을 침소봉대하여 보도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성은 페경이 되면 성(sex)에 대한 욕구도 많이 감소하는데다가 질벽은 위축되고 분비물도 잘 나오지 않아서 남편의 잠자리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남성을 위한 연구는 활발한데 상대적으로 이러한 면을 해결하기 위한 여성 연구는 답보 상태에 있으니 여성만을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세상은 균형이 맞아야 평온한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여성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야 할 때입니다. 여성에게도 호르몬 치료제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만큼 나쁘지 않고 오히려 그 이득이 크다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여성을 위한 비아그라와 같은 신약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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