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암이 전이되었을 때

 

뼈에 암이 전이되었을 때-성진실의 방사선 이야기 31

영식씨는 서울시 외곽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초반의 평범한 가장이다. 그는 5년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타고난 성품도 그러했지만 더욱 모범적으로 철저하게 의사의 지시를 따르며 투병생활을 했다. 그 결과 이제는 더 이상 검사상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들은 완치라는 말을 아끼지만 대개 암이 5년까지 재발없이 잘 지내면 완치로 본다고 한다. 5년이 되는 날, 병을 이겨냈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그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랫동안 자신의 지지가 되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표할 겸, 식구들과 함께 조촐한 축하 외식도 했다. 6년이 되는 즈음이었다.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정기 추적검사에서 암이 뼈로 전이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완치된 줄 알았는데! 그의 놀라움과 실망은 형언할 수 없었다.

미옥씨는 경력 20년차의 보험설계사이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슬픔에 잠긴 시간도 잠깐, 어린 두 남매와 생활고를 이겨나가기 위해 이 업계에 뛰어들은 후, 억척같이 일했다. 실적이 좋아서 “여왕”칭호를 받은 적도 있었다. 최근 들어 등허리가 지속적으로 아파왔다. 중년의 나이는 원래 여기저기 아픈 법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약국에서 진통제 사다 먹은 지 3개월, 안되겠다 싶어서 보험을 소개한 연유로 알고 지내던 정형외과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간단한 엑스선 촬영으로 척추뼈를 검사하였는데, 흉부 척추에 뼈가 일부 함몰되어 있는 소견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벌써 두 군데나. 대학 병원으로 의뢰되어 정밀 검사가 시작되었다. 척추 뼈에 질병을 가장 정확하게 알아낸다는 자기 공명 촬영을 하였는데 암으로 인한 척추뼈의 손상이 의심된다고 했다.

도대체 암이 어디에서 왔을까? 컴퓨터 단층 촬영, 암지표자 검사 등 연속적으로 정밀 검사를 하였다. 폐에 결절이 보였고 조직 검사를 하니 폐암으로 판명되었다. 종합해 보면 폐암이 증상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 초기같이 보이는데 이로부터 암세포가 이동해서 뼈로 전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수많은 고객들에게 각종 보험을 권유하면서 다가올 질병에 대비하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에는 소홀했었다. 한편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생업의 전선에서 부단하게 뛰어야만 했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는 후회감과 더불어 세상 누구도 자신을 돌보아 주지 않는다는 외로움까지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폐암은 담배가 원인이라는데 자신은 담배는 전혀 피운 적이 없었다. 담당의사는 비흡연자에게도 암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녀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하였다.

암을 치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상황은 암이 다른 장기로 이동하여 증식하는, 즉, 암의 전이가 생기는 경우이다. 암이 전이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암세포가 수적으로 늘어나서 국소적으로 진행되고, 원래는 없었던 이동 능력을 갖게 되어 혈관으로 침투하여 순환하다가 적절한 장기에 안착해서 다시 증식을 시작하는 것이 전이의 경로이다. 대개는 처음 생긴 암이 진행되면서 전이가 동반되지만 원발암은 깨끗이 치료가 되었는데 뒤늦게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되어 재발하기도 한다. 증식활동을 정지한 상태의 암세포가 마치 겨울잠을 자듯이 조용히 지내다가 여건이 되면 다시 증식을 시작하여 재발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식씨가 이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어떤 경우는 원발암은 매우 초기 병변인데도 암의 전이가 더 진행되어 있는 경우도 본다. 미옥씨의 경우가 해당된다. 더 극단적인 경우는 전이된 암을 먼저 진단하고, 그것이 유래한 원발암을 찾는 노력이 거꾸로 진행되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원발암을 결국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암이 한 개의 세포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끊임없는 증식과 더불어 변이가 일어나는데, 대개 변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암치료에도 생존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점점 더 악질 세포로 변해가는 것이다.

암 전이가 어느 장기에서 생겼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증상도 다르고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 중에 가장 괴로움을 주는 것은 아마도 뼈로 전이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사실 뼈라는 장기는 딱딱한 구조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풍부한 혈관과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미세 환경이 형성되어 있어서 암세포들이 살기에 유리하다. 일단 뼈로 전이가 된 암세포들은 정상적인 뼈세포들과 상호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조골세포(뼈를 생성하는 세포)/파골세포(뼈를 녹이는 세포)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파골세포의 기능 즉, 뼈를 파괴하는 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뼈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이형성 성장인자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암세포의 증식/전이가 촉진된다. 따라서 일단 뼈전이가 한 번 일어나면 반복적으로 악화되기 쉽다.

뼈전이에는 필연적으로 뼈의 파괴가 동반되므로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된다. 일차적으로는 뼈의 표면에 풍부하게 있는 신경을 자극하므로 통증이 생긴다. ‘뼈를 에이는 듯한’ 표현이 있듯이 이 통증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나타난다. 그러나 뼈전이로 인해 초래되는 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있는데 그 첫째는 골절과 이로 비롯되는 일상생활의 심각한 장애이다. 두 번째는 인접 부위에 있는 중요한 신경이 압박되거나 손상되어 신경 마비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전이가 일어난 뼈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암전문가에게 뼈는 체중을 지탱하는 뼈와 그렇지 않은 뼈, 두가지로 구분이 된다. 대표적으로 체중을 지탱하는 뼈는 척추뼈, 골반뼈, 허벅지뼈, 종아리뼈 등이다. 그이외의 뼈, 예를 들어 머리뼈, 팔의 위/아래 뼈, 갈비뼈 등은 체중을 직접적으로 떠받치는 것들은 아니다. 이러한 뼈들에 전이가 일어나면 대개 통증 조절이 중요하게 된다. 팔의 뼈는 골절의 위험이 있기는 뼈 전이가 일어난 팔 쪽에 하중을 싣는 것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체중을 지탱하는 뼈로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이다. 전이로 인하여 골파괴가 일어나면 골절이 되기 쉬운데 체중까지 반복적으로 실리게 되면 마치 낡은 나무 기둥을 돌덩이로 내리치면 쉽게 부스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반적인 골절은 적절한 보존 요법으로 회복이 되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지지만, 암 전이가 된 뼈에 생긴 골절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는 뼈에 전이된 암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통증 완화 효과이다. 이 효과는 매우 뛰어나서 80%의 환자에서 치료 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병용하던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며 효과가 지속적이다. 둘째, 암세포를 공격하여 증식능을 억제하거나 아예 사멸시키므로 골 파괴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그렇다면 이미 파괴된 뼈는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서 녹은 뼈 주위로 섬유화 현상이 일어나서 어느 정도 회복은 된다. 마치 칼로 베인 상처가 아물 때 제살과는 다른 굳은 살이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신경 압박이라는 치명적 상황을 방지한다. 신경 압박은 척추 뼈에 전이가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척추 뼈는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천추 5개, 미추 4~5개 등을 포함하여 총 34개의 뼈가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각 뼈의 구조를 보면 가운데 구멍이 있어서 이 안으로 뇌에서 내려오는 척수 신경이 지나가게 되어 있다. 암이 척추 뼈에서 자라나면서 이 구멍으로 진입하면 척수신경이 압박을 받게 되고 신속하게 풀어 주지 않으면 척수 마비를 초래한다. 마비의 부위가 경추에 일어나면 사지의 마비가 올 수 있고 흉추 이하라면 하지 마비가 온다. 이는 암전문의사로서 정말로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황이다.

암전이로 척수 신경의 압박이 오면 무조건 마비가 올까? 그렇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외과적 수술을 해서 척수를 압박하고 있는 암을 제거하거나, 정 어려우면 척추 뼈를 일부 재거해서 압박이 안 되게 숨통을 틔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간단한 수술이 아닐 뿐더러 때로 수술 중 과다하게 출혈이 되어서 수술 후에도 신경마비가 진행되기도 하므로 경험이 많은 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며, 여명이 1~2개월로 길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수술을 권하지 않게 된다. 암을 제거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암수술에 합당한 완전 절제가 되지 못하므로 수술 후에 반드시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척추뼈에 전이된 암에 방사선 치료를 할 때에는 척수신경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척수신경은 암덩어리를 치료하기에 필요한 방사선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방사선 척수염이 생기는데 이는 척수마비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므로 방사선 종양 전문의사는 이를 반드시 피해서 척수가 견디어 낼 수준까지만 치료한다. 최근에는 고정밀 방사선 치료법이 나와서 척수를 피하면서 암만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가 있다. 단점은 대부분의 경우 건강 보험에 해당되지 않아서 고비용 치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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