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 연명치료, 스스로 결정 0.6%뿐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팀 분석

말기 암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임종이 임박해서야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팀이 2009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암으로 사망하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63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의사 결정과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해 미리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놓는 것을 말한다.

조사 결과, 83.1%(528명)가 임종 전 1주일 이내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망과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의사와 달리 인공호흡기 시행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인이 직접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한 경우는 4명(0.6%)에 그쳤고, 대다수인 99.4%(631명)는 가족이 의료진과 상의를 거쳐 치료 여부를 결정했다. 연명치료를 결정짓는 가족 대표로는 자녀 48.4%, 배우자 43.3%, 부모 2.6% 등의 순이었다. 병원 내 사망자 176명을 상대로 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시점 조사에서는 입원 전(6.3%) 보다 입원 후(80.7%)가 훨씬 많았다.

13.1%(23명)의 환자는 사망 시까지 아예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늘지 않는 것은 환자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가족 대부분이 임종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완화의료병동에서 임종한 20명의 암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 호스피스팀이 면접 조사한 결과, 7가족(35%)만 운명을 수용하고 대화에 응했을 뿐 나머지 13가족(65%)은 임종이 임박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허 교수는 “임종기 환자는 일단 인공호흡기를 시작하면 중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호스피스와 완화 의료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연명치료계획을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결정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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