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얀센 김옥연 대표가 직접 사과해라

글로벌 기업에는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대응방법을 적어놓은 규정집이다. 특히 고객과 관련된 민감한 상황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제품하자 등으로 인해 고객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위기상황에서는 CEO가 빠른 시간 내에 직접 나서 솔직하게 사과하는 게 원칙이다.

최근 밀어내기 영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의 김 웅 대표가 고개를 숙여 공개사과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남양유업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김 웅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지난 2011년 호텔신라 한복 사건 때는 오너인 이부진 사장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조기에 진화될 수 있었다. 이처럼 CEO의 진가는 위기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7일 부작용 우려가 있는 어린이 타이레놀시럽을 판매한 한국얀센을 형사고발했다. 타이레놀 시럽을 비롯해 비듬치료제 ‘니조랄액’ 등 5개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5개월의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보건당국이 제약사를 형사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형사고발은 주로 마약류 관리 규정을 위반한 병원이나 약국에 내려졌던 조치다

식약처 부대변인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부정이 있다면 다국적제약사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이 어린이의 간과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의 함량 초과 사실을 알고도 계속 판매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또 자동화 설비 작동 문제로 손으로 작업을 하고도 모든 공정을 기계로 생산한 것처럼 기록한 것도 문제삼았다. 우리 아이의 생명에는 안중에도 없이 약품 판매를 강행했고, 생산공정은 거짓 기록으로 위장한 것이다. 한국얀센이 과연 글로벌기업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저급한 행태을 보인 것이다.

이같은 최대 위기상황에서도 한국얀센 김옥연 대표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식약처 브리핑 후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이다. 특히 “당사는 극히 일부 제품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소비자들에 대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는 대목에선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몇 명의 우리 아이 생명이 위협을 받아야 ‘극히 일부 제품’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이 와중에 한국얀센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대대적인 제품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는 고용량을 사용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자료를 잇따라 내보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한국얀센 김옥연 대표는 이번 사건을 ‘임직원 일동’ 사과문 한장으로 슬쩍 넘어가선 안된다. 위기상황에서는 CEO가 직접 나서 국민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솔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한국얀센의 사과가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회사의 대표가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왜 애꿎은 말단 직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가. 글로벌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가 ‘임직원 일동’ 사과문 뒤에 숨어서야 되겠는가. <사진=한국얀센 김옥연 대표, 홈피 캡처>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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