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다 암에의 절망이 문제” 암의 전사 별세

유방암 ‘명의’로 손꼽히는 이희대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가 16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1세.

고인은 1976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뉴욕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유방암 치료기술을 배운 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유방암 치료에 앞장서왔다. 1991년에는 ‘유방보존술’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24%에 불과했던 유방암 환자의 유방보존율을 37% 이상으로 올렸다.

유방암이 림프절로 전이됐는지를 파악하는 ‘감시 림프절 절제술’도 1999년 처음 도입해 환자의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2006년부터 고인은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걷기 대회’를 직접 주관했다. 이 행사를 통해 유방암 예방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그러나 정작 고인은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환자 진료와 연구에 몰두하다 2003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무려 10여 년에 걸친 투병. 그동안 총 10회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견뎌냈다. 그 와중에도 지난해까지 유방암 환자를 직접 수술하고 진료했다. 유족들은 “자기 몸보다 항상 환자가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고인은 “사람이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암에 대한 절망으로 쓰러진다”며 그만의 암 투병기를 모아 ‘희대의 소망’이라는 책도 펴냈다. 환자들은 고인을 ‘암과 싸우는 암 전문의’ ‘암 고치는 암 환자’라 부르기도 했다. 유족으로 아들 영근 씨(GS칼텍스 대리)와 영호 씨(신촌세브란스병원)가 있다. 빈소는 강남세브란스병원. 18일 오전 7시30분 병원 본관 2층 대강당에서 영결예배가 열린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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