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제도 개선이 우선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화두는 ‘의학적 타당성’과 ‘재정문제’였다. 하지만 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궁극적으로 제도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4일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참가자 모두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진료와 치료재료는 급여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국장은 “생사기로에 있는 환자들이 위급상황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 해상도 등을 이유로 MRI 등의 재검사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검사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검사 횟수에 제한을 두는 것에 큰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환자들이 현재 급여제도에 느끼는 불만을 전했다.

대한심장학회 이문형 정책이사는 ‘근거에 의한 치료(evidence-based medicine)’를 강조하며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면 전부 급여인정을 해야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의료실제는 다르다며 결국 비용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급여보장 기간이 의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신경외과 오창완 교수는 “급성기 뇌졸중의 경우 현재 급여기간이 1달인데 학회전문가들은 이 기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며, 급성기 때의 치료가 뇌졸중 재발을 좌우하기 때문에 “급성기 뇌졸중은 모두 급여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만성기 뇌졸중도 방지하면 재발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도 점진적으로 급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확대 대상의 범위와 기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에 앞서 재정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급여와 심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김윤 심평원 연구소장은 “보장성이 확대되면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정적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효과대비 비용이 높은 부문에 대해서는 개인의 경제성을 고려해 본인부담을 차등화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연구소장은 현재 관리자 위주의 시스템에 환자들이 부당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선 “급여기준과 심사시스템의 정교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기계적이고 관리자 중심적 시스템을 탈피해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환자 부담을 줄여줘도 비급여 지출이 늘어나게 되는 현상은 막아야 하며, 결국 비급여가 없는 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대학교 이태진 교수는 근본적 의료전달체계와 지불구조가 변화되지 않는 한 비급여 대상은 여전히 존재하며, 급여확대는 지출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일부 질환을 선별적으로 선택해 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규덕 심평원 심사평가위원은 “일본은 비급여가 없다”며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적절히 법률·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토론 참가자들의 재정적 우려에 대해서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손영래 복지부 행복의료총괄팀장은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며 “현재 재정상태를 봤을 때 4대 중증질환의 급여확대로 재정이 파탄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팀장은 “의학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학회 의견과 현장 의견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의학적으로 필요·불필요 사항을 가리기 위해 학회와 현장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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