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대상포진…57% 마약성 진통제 필요

절반이 넘는 대상포진 환자들이 통증을 견디다 못해 마약성 진통제까지 처방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가 15일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2012년 1년 동안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내원한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한 결과 56.7%(1만1270명)의 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약 7%(1,368명)의 환자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까지 했다. 대학병원 피부과에 병상이 적어 피부과 환자가 입원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더욱 많은 환자가 입원을 해야 할 만큼 통증에 시달린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제11회 대한피부과학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대상포진의 심각성과 사회경제적 손실 등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2년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내원한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에 걸려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수년 또는 수십년이 지난 다음 노령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인체의 면역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하는 것으로, 붉은 물집이 옹기종기 군집을 이뤄 전체적으로 띠모양으로 나타나면서 그 부위에 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보이는 심각한 피부질환이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후유증에도 취약해 35.4%(7048명)의 환자가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전체 후유증의 90.9%(6409명)를 차지하는 통증이었다. 통증 후유증을 겪은 환자들은 대상포진 치료 3개월 후에도 치료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의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 중 38.3%(2456명)는 ‘매우 심각한 통증’을, 2.7%(174명)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후유증으로는 △각결막염 등 안구손상 5.6%(392명), △청각 이상 및 어지러움증 1.7%(118명), △대소변 이상 1.2%(84명), △안면마비 0.6%(45명) 등이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전체 환자 중 약 4%(822명) 정도가 재발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포진은 초진 당시 다른 질환으로 진단·치료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대상포진을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았던 환자가 8.4%(1667명)나 됐다. 이런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더욱 심각한 통증과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대한피부과학회 계영철 이사장(고려대의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은 “대상포진은 피부과 입원 환자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발병 빈도가 상당히 높은 질환”이라며 “치명적 통증과 신경통 등 후유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 발생 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상포진 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하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41만6216명이었던 대상포진 환자는 2012년 57만7157명으로 4년 새 약 40% 정도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평균 9%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약 18%의 환자에서 당뇨, 암, 항암치료 등과 같은 면역 저하 상태가 나타났으며 향후 고령화 등의 이유로 면역저하 환자가 증가하면서 대상포진 환자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사회적 경제적 문제 대두도 예상된다.

더불어 대상포진에 따른 진료비도 환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08년 340억원이었던 대상포진의 한 해 진료비가 2012년에는 약 550억원에 달해 4년 새 58%나 증가했으며, 한 해 평균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석종 홍보이사(경북대의대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통증과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만큼이나 사회경제적 손실에 따른 고통이 큰 질환”이라며 “면역력 강화와 예방주사 등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자가진단법

1. 물집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기 기운과 함께 일정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

2. 작은 물집들이 몸의 한쪽에 모여 전체적으로 띠 모양으로 나타나는 경우

3. 물집을 중심으로 타는 듯 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4. 어렸을 때 수두를 경험하거나, 과거 대상포진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5. 평소 허약하거나 노인인 경우, 혹은 암 등의 질병으로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 위의 증상들이 나타나면 더욱 의심할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법

1. 평소 손을 깨끗이 씻어 세균이 몸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2.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강화한다.

3.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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