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 박승국 대표 “연구 성과, 재무 성과로 가시화”

시장 반응 바탕 제품 개발 강점… 세계로 나가려면 글로벌 관심 파악해야

연구개발비 투자가 많은 회사, 특허 보유 건수가 많은 회사, 많은 성장이 기대되는 중견제약사. 한올바이오파마를 따르는 수식어들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3월 각자 대표 체계를 만들면서 김성욱 대표이사와 함께 한올바이오파마를 이끌 쌍두마차에 박승국 대표이사(사진)를 선임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난 26일 서울시 송파구 한올바이오파마 본사에서 신임 박승국 대표이사를 만나 한올바이오파마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박승국 대표이사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대웅제약에 근무하면서 국내 생명공학 신약 1호로 등재된 ‘이지에프 외용액’ 개발에 성공한 경력이 있다. 2007년부터는 한올바이오파마 바이오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올의 바이오베터 연구개발 분야를 이끌고 있다.

연구원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박승국 대표는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2~3년 내 재무적인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박승국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대표이사 승진을 축하한다. 연구소장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앞으로 한올바이오파마를 이끌 방향과 각오에 대해 말해 달라.

동아에스티 김원배 대표이사와 한미약품 이관순 대표이사 등 연구자 출신의 제약회사 대표이사가 이미 있지만, 내가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대표이사가 되면서 바이오에서도 연구자가 대표가 됐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웅에서 한올바이오파마에 오기 전에 카이스트에서 엠비에이를 밟았다. 나름으로는 그런 것을 적용해 볼 기회도 될 것으로 본다.

회사로서는 특히, 연구개발 부분에서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2010~2011년부터는 복합제 매출이 시작되고, 신약도 라이센스가 나와야 하는데 약간씩 늦춰졌다. 연구개발 성과가 약간씩 늦어지는 부담이 있었는데 지난해 유한양행에서 투자받으면서 어느 정도 숨을 돌렸다. 2~3년 내에 연구개발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최근 적자가 났지만 최소한의 매출, 연구개발 투자를 유지하면서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에서 최소한 5%의 영업이익률을 가져오고, 영업에서 5%를 이룬다면 가능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영업에서 5%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맞추고, 연구개발에서도 5%를 2~3년 내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연구개발 투자만큼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소형 제약사로서 연구개발 자금 조달이 어려웠을 텐데.

국내 대형 제약사는 마케팅과 영업에 중점이 가 있고, 연구개발 분야는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기대가 사실 적다. 회사들이 매출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회사에 왔을 때 한올바이오파마는 대형 제약사와는 달리 연구개발 쪽으로 중점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큰 차이는 사주(社主)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사주가 무엇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려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한올바이오파마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제약회사를 발전시키는 일종의 모델이 되고 있다.

-연구개발 중심의 회사로서 한올바이오파마만이 가진 장점이라면.

마케팅을 해봐야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올 것인지 꾸려나갈 수 있는데,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시장의 요구보다 자신들의 연구개발에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올바이오파마는 마케팅과 영업에서 얻는 시장정보와 한올바이오파마의 미국 현지법인인 HPI의 해외 라이센스 활동을 통해 얻는 글로벌 시장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이에 근거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처럼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강점이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5년간의 제약사 특허 출원 동향 조사에서 한올바이오파마가 2위에 올랐다.

특허 건수보다 특허 내용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 쪽에서 지난 2009년 인수한 프랑스 노틸러스바이오텍의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복합제 부분에서도 다양한 조성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올바이오파마는 국내 마케팅보다는 개발된 특허를 라이센스 아웃(License-out)하려는 방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허 관련 사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 규모에서는 두기 어려운 변리사도 두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나 신약 모두에서 글로벌 라이센스 아웃을 목표로 두고 있고, 글로벌 스텐더드를 지킨다. 이를 위해 해외 제약사가 우리 특허를 사서 그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도록 특허나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중간 단계 임상 1, 2상까지 해서 라이센스아웃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시아 지역 등은 우리가 맡는 방법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의 마케팅은 대기업이더라도 국내기업이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전시회 등에도 꾸준하게 참여하면서 다국적제약사에 그동안 진행됐던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데이터가 나왔을 때 계약이 이뤄진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6%를 차지해 전체 제약사 중 2위를 기록했다.

연구개발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어느 한계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회사들이 바이오에 욕심을 두지만, 그 임계점 이하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과를 내려면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내부자금으로도 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유지해 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어떤 한계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항상 소모성으로 그칠 뿐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투자가 이뤄지니까 기본적으로 눈 덩어리를 만들어서 외부로 굴려 나가는 것이다. 눈 덩어리를 만들지 않으면 외부로 확대해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한올바이오파마는 회사가 지난 2년간 적자가 나는 등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연구개발비용을 줄이지 않았다.

-약가인하 여파로 국내 제약사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연구개발 부분은 정부의 규제환경과도 맞물리는데, 국내 제약사의 구조조정과도 맞물린다. 예전에 GMP를 도입하면서 좀 구조조정이 돼야 했는데, 처음에 강화하다가 좀 완화한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제경쟁력이 없어졌다. 일종의 나눠먹기식이 됐다.

최근에 정부에서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한다는 말을 하는데, 국내 시장만으로는 어렵고 해외를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산업의 구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규제를 강하게 해서 살아남을 데는 살아남고 정리할 곳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연구개발을 통해 이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에서 연구 중인 글로벌 과제 중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소개해 달라.

먼저 바이오베터인 한페론(C형간염 치료제)은 미국 임상 2상a를 완료했다. 임상시험 결과를 정리 중이며, 다음 단계 임상연구 계획까지 패키지로 묶어 글로벌 라이센스 아웃을 진행할 예정이다. C형간염 시장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이후를 바라보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에 결론을 낼 것이다. 이 외에도 아토피 치료신약 HL-009도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항암제 HL-156, 항염증 치료제인 HL-026, HL-161 항체신약 등이 있다.

HL-156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암에 병용 시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마무리 독성시험 중이며 내년 상반기 임상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 HL-036은 항염증 항체의약품을 작은 분자로 개량해 안구건조증과 포도막염과 같은 안과 염증에 점안액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동물실험 결과가 우수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Hl-161 항체 신약은 외부물질을 인식하고 제거해야 하는 항체가 자신을 잘못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으로 현재 후보도출 단계에 있다. 신약 쪽에서 올해 안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한페론이고, 다른 것은 내년 초에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시장에 새로운 복합제를 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 출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 복합제인 HL-040도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내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HL-040은 고혈압 치료제인 로살탄(Losartan)과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의 복합제로 한올바이오파마의 DDS(Drug Delivery System, 약물전달체계) 기술을 이용해 체내에서 시차를 두고 흡수가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3종류의 복합제가 국내 임상을 진행 중으로 HL-040 이후 차례로 발매될 것으로 본다.

신약과 복합제 모두 원래 일정보다 1~2년씩 늦어지고 있다. HL-040은 복합제 중 제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 제약사와 공동으로 진행할 것으로 본다. 유한양행의 투자를 받을 때 복합제에 공동 마케팅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에 유한양행이 우선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등록 등 보험약가 과정 때문에 내년 하반기나 내년 초에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본다.

-최근 바이오업계가 셀트리온 사태로 시끄럽다. 동종업계 입장에서 셀트리온을 보는 시각은.

사실은 셀트리온이나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성공적으로 되기를 바란다. 우리도 그런 것을 똑같이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투입은 크고 회수는 늦어지는 위험성이 크다. 최근의 셀트리온 사태는 그러한 ‘갭(지연)’의 문제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가 본다. 한올바이오파마도 같은 문제로 지난 2~3년 위험이 커졌던 것 같다. 우리는 유한양행의 투자를 통해 위험을 해소했다.

셀트리온은 연구개발 대비 성과에 대한 불명확성과 지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잘 극복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본다. 회사도 솔직해져야 하고, 투자자들도 기다려줘야 한다.

-끝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가기 위해 정부와 제약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면.

글로벌 니즈를 맞추려면 연구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많은 제약사가 연구 단계에서 돈이 되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과제는 그런 것을 많이 요구한다. 그러나 다른 정부 과제는 기술에 치우쳐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장점은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게 2008년으로 빨리 움직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연구하고 개발해온 파이프라인도 글로벌 제약사와 처음부터 접촉과 정보 교류를 통해 유지해온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그것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왔다.

최근 복지부에서 글로벌 자문단을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산업진흥원의 틀에 갇히면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제약사들이 글로벌 업계의 관심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제약사 간의 합병을 통한 전략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나 제약업계에서도 합병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게 절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박승국 대표이사 약력

-서울대학교 생화학과 졸업, KAIST 분자생물학 석사, 박사

-대웅제약 바이오연구소장, 현 한올바이오파마바이오파마 연구소장

-‘2010 대한민국 기술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2010 보건산업기술 유공시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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