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는 없어요” 억울한 3환자의 절규

4개 병원 응급실을 옮겨 다니다 식물인간이 된 환자. 수술 동의서 작성 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수술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자궁 적출 사실을 알게 된 환자. 눈이 잘 떠지지 않는 ‘안검하수’로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을 앓고 있는 환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8일 오후 서울시 중구 종각역 엠스퀘어에서 개최한 다섯 번째 ‘환자 샤우팅(Shouting) 카페’에서는 이처럼 억울한 환자와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최현정 MBC 아나운서가 진행자로, 권용진 서울시립북부병원 원장,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윤중 가정의학 전문의가 자문단으로 참여했으며 100여 명이 참석했다.

첫 번째 사연 발표자로 나선 사람은 이지혜 씨다. 이지혜 씨의 어머니는 2011년 1월 1일 뇌출혈이 발생해 대구 지역 4개 병원 응급실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지혜 씨의 아버지는 비싼 간병비 때문에 아내를 집에서 간병하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장녀인 28세의 이지혜 씨는 졸지에 두 명의 동생과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가장이 됐다. 해당 병원들을 형사고소했지만 1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이 났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민사소송은 형사재판이 끝날 때까지 중단됐다.

이지혜 씨는 “좀 더 빨리 응급수술을 받았다면 지금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에서 택배처럼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다가 엄마는 식물인간이 됐고 간병하던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문단은 “공휴일에 응급사고를 당한 환자가 수술할 병원이 없어서 식물인간이 됐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하는 것 이외 이 씨 가족을 돕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모금 운동을 전개해 의료전문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최남미 씨는 지난 1월 경기도 모 대학병원에서 자궁의 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생리가 두 달 동안 없어 4월 1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후 자궁이 적출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올해 37세인 최 씨는 아들만 둘이어서 셋째를 임신할 계획이었고, 자궁 근종 제거수술을 하게 된 이유도 치료를 빨리 끝내고 임신을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동의서 작성 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은 일절 듣지 못했다. 더구나 수술동의서 작성 시 설명을 맡았던 사람은 일명, ‘PA간호사’였다. 담당의사는 파견 나온 3년 차 레지던트였는데 환자나 보호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최남미 씨는 “만약 자궁을 끄집어내는 수술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타 병원을 방문해서라도 다른 치료법을 찾았을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 임신은 너무나 중요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문단은 “수술동의서 작성 시 설명은 수술의 모든 과정을 잘 아는 담당의사가 환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야 하는데 의료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자문단은 “동의서에 기본적인 수술 부작용이 문자로 기재됐다고 하더라도 사망, 불임 등 중요한 사항은 구두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설명하고 수술동의서를 받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일이고 이 경우에도 일명 PA간호사가 설명뿐만 아니라 자궁 근종 제거 수술에도 참여했는지, 참여했다면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사연은 눈이 잘 떠지지 않는 ‘안검하수’로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받았고 부작용으로 몇 년을 고생하고 있는 조의제 씨의 이야기였다.

조 씨는 성형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성형 피해자 1천여 명에게 쪽지를 보내 30여 명의 수기를 모았고 이것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성형외과의 소송을 우려한 출판사들에 출간을 거절당한 경험을 소개했다.

조의제 씨는 “성형 피해자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인터넷에 올리면 바로 성형외과로부터 명예 훼손, 업무 방해로 소송을 당하고 글은 삭제당한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받다가 피해를 본 것이라서 가족이나 사회도 외면한다”면서 “성형 부작용으로 매일 진통제를 먹고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한다. 당연히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도 시달린다. 이들이 피해구제도 받고 당당히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자문단은 “‘성형피해자인권센터’를 설립하고 공식홈페이지와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성형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성형 피해자 보호는 후진국이라면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이들을 보호하고 제도적인 지원책을 환자단체연합회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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