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뺀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정책에 비급여 부분을 꼭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가 증가하고 보장성 확대를 위해 많은 돈이 투자됐지만, 건강보험 밖에 있는 비급여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공약이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비급여 부분을 꼭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일정 부분의 본인부담률 지정, 보험료 인상,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불균형 등의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4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건강보험정책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비급여 진료비 축소해야 건강보험 보장률 담보

김진현 교수는 우선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1년 기준 63.0%로 입원 86.6%, 외래 78.2%의 OECD 국가 평균 보장률보다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의료비 지출 후 빈곤층 비율이 10.8%에서 12.5%로 증가하고, 의료비를 지나치게 많이 부담하는 가구의 비율도 전체 가구의 10% 이상”이라면서 “비급여 진료비의 지속적인 증가가 보장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김진현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급여 진료비는 1.2배 증가했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1.8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2005~2011년간 보장성 확대를 위해 총 2조9475억원(2011년 금액 환산 기준 4조411억원)을 투입했지만, 보장률은 2004년 61.3%에서 1.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건강보험 보장률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국민이 부담한 보험료 절대액)는 최근 5년간 40% 이상 인상됐으며,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3%인데 반해 보험료 인상은 연평균 7.8%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

김 교수는 또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도 빠르게 증가해 2010년 7.1%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근접한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비급여 포함해야

김 교수에 따르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늘었음에도 보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 진료비보다 더욱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진현 교수는 이에 대해 “앞으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 기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되풀이될 것이고, 보장률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보장성 개선 정책에서 급여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 기전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화하는 첫걸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약속한 4대 중증질환 보험 급여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진현 교수는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범위를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해 확대하는 것은 사회보험제도하에서 질병을 대상으로 차별한다는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권 내로 끌어들여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급여화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의 경우 현실적으로 환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 많고,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이 75% 수준인 상황에서 이들 비급여를 제외하고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4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건강보험정책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비급여 영역을 보험 급여화하지 않고는 진정한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김진현 교수와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소요 재원,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으로 충당

김진현 교수의 추정으로는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1조~2조원이다. 김 교수는 이를 △보험료 인상 △국고 지원 △담배부담금 인상 △건강 위해부담금 등 다양한 방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특히, 이를 위해 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선을 통한 소요재정 확보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불균형을 언급하고 “보험료 부과 체계의 개선은 소득 중심의 단일화 체계를 최종 목표로 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현 교수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대상을 종합소득으로 확대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이를 통해 추가적인 보험료율의 인상 없이도 연간 1조~2조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에서 재산 비중이 과도하고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성별·연령별·자동차 소유 등의 기준을 폐지하고 재산 기준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현재의 50% 수준에서 1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진현 교수는 “4대 중증질환 본인부담금 무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부분의 본인부담률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50% 본인부담률을 유지해 보험료 인상 압박을 최소화하고 차차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면서 “4대 중증질환을 비급여에서 급여권으로 끌어들인다는 데 의의가 있고, 재원을 확충하면서 차차 국가부담 적용 질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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