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식품? 과학자들 “효소 열풍은 난센스”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줘 몸이 가벼워진다,” “술이 더 잘 깬다,” “피곤하고 부어있는 느낌이 사라진다,” “변비가 사라진다,” “땀을 덜 흘린다,” “다이어트와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이런 ‘기적 같은 효과’ 덕분에 효소식품은 지난해부터 최고 인기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문, 방송에는 효소의 장점을 알리는 기사와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효소다이어트에 효소 힐링캠프까지 생겼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 다퉈 “건강을 위해서 효소 드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효소의 효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은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효소 광풍이 난센스라고 단언한다. 효소식품은 수 년 동안 기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해서 건강기능식품 선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과연 효소식품 열풍은 한 편의 코미디일까, 아니면 현재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인정받을 당연한 현상일까?

식품업자들 “효소, 식품으로 보충해야”

효소식품 업체들은 “사람은 일생 동안 체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효소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사람의 수명은 신체내의 효소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효소 보충! 필요가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또 “효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55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파괴되니 너무 뜨거운 물이나 차, 국물 등은 함께 섭취하시면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박유경 교수(의학영양학과)는 “식품 속의 효소가 인체 내에 들어와 유용한 기능을 한다는 주장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몸 안에 들어오면 소화돼버리기 때문에 효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과기대 김지연 교수(식품공학)도 “효소는 분자량이 큰 단백질인데 이것이 제 기능을 유지하려면 원래의 분자량이 유지되어야 하지만 위장에서 PH 2.0의 강산인 위산에 의해 변성된 뒤 소장을 통과하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효소가 온전하게 장까지 내려가서 효과를 낸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고려대 의대의 A교수(소화기내과)는 “효소는 몸에 들어가면 다 소화돼서 없어진다는 것이 과학의 영역에서는 기초상식인데 과대광고와 이에 따른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효소가 몸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옹호론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효소식품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여자대 노봉수 교수(식품공학과)는 “위액의 산도는 음식과 물에 의해 ph 2.0 이 아니라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음식과 같이 섭취하는 경우 산성에 강한 일부 효소는 살아남아 유익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효소 아니라 분해산물은 효과 있을 수도”

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은 “살아있는 효소가 정말 건강에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효소의 분해산물뿐이지 효소 자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효소가 살아있다고 해서 건강에 좋은 기능을 하는, 기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소화제의 소화효소처럼 일부 효소가 소화기능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발효식품의 다양한 부산물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데 많은 회사들이 발효식품과 효소식품을 혼동하는 방식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효소식품 회사들은 효과 사례들을 내세우고 있다. 인터넷에는 효소식품을 먹고 아토피 피부병, 뇌졸중 등을 완치한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특정 업체는 연예인의 사례를 통해 효소의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한 유명가수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으로 7가지 약을 복용하며 고생하던 중 효소를 먹으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며 ‘효소식품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B교수(식품영양학)는 “밀가루 약이라도 대개 30% 정도는 효과를 내는 것이 플라시보 효과”라면서 “효소식품도 플라시보 여부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플라시보 효과로 의심되는 건강 개선 효과를 발표한 논문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화여대 심경원 교수(가정의학과)는 “나이가 들수록 효소 생산능력이 떨어지니까 보충을 해주면 좋을 것”이라면서 “어떤 효소식품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또 “포도주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효소인 과산화물제거효소(SOD:Superoxide Dismutase)가 들어 있는데 와인을 마시면 SOD가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특정 효소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효소식품은 건강기능식품 인증 실패

그러나 서울과기대 김지연 교수는 “효소 자체가 아닌 발효산물이 몸에 좋을 수는 있다”면서 “효과가 입증된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효소식품은 이런 인정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2007년 식약청에서 건강기능식품 일반의 효능을 재평가했다”면서 “관련 회사들에게 효능이 있다는 임상시험 논문이나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효소 식품회사들은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식약청 건강기능식품 기준과의 연구사로서 재평가 실무를 담당했던 김 교수는 “2008년 재평가가 완료됐지만 효소식품, 식물추출물 발효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에서 제외하면 해당 업체의 경영에 큰 타격이 오므로 2009년 말까지 효능을 입증하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이들 업체는 이때까지도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2010년부터 건강기능식품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식약청 건강기능식품기준과 오금순 연구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효소 식품은 기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일반 식품으로 분류됐다”면서 “현재까지 성분을 기준으로 하는 ‘고시형’이든 개별 제품의 효능을 기준으로 하는 ‘개별인정형’이든 효소식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예는 없다”고 밝혔다. 오 연구관에 따르면 2004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일부 식품이 ‘효소 함유제품’으로 건강기능식품과 관할로 넘어왔다. 이때부터 3년 여 동안 식약청에서 연구 사업으로 기능성을 재평가해서 2008년 건강기능식품 공전을 전면 개정했는데 이때 효소 식품, 효모제품, 로열젤리 등은 건강기능식품 분류에서 제외됐다. 현재 공전에는 혈중 중성지질 개선처럼 기능성이 딱 떨어지는 것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효소식품에는 이 같은 기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효소식품의 효능을 보면 신진대사 기능의 증진과 유지, 체질 개선, 배변 도움 등이다. 이런 것은 일반적인 효능이지, 기능성이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60여 년 전 미국의 ‘생식 이론’에서 유래

효소식품의 효능을 긍정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문가인 서울여자대 노봉수 교수는 “미국의 채식전도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하월이 1946년 저서에서 식물은 ‘살아있는’ 또는 ‘활성’ 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생식하면 우리 몸속에서 이로운 작용을 한다는 이론을 여러 각도에서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1947년 렌소 박사가 7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소를 보충하는 실험을 했더니 환자들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930년대 올고에츠 박사는 효소가 알레르기반응과 관계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켈리, 곤잘레 박사 등이 효소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대 의대의 A 교수는 “효소식품의 효과를 주장하는 논문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인체를 대상으로 효소식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돼 과학자들의 호응을 받은 적은 결단코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의 리처드 랭엄 교수는 저서 ‘요리 본능’(사이언스 북스)’에서 다음과 같이 효소 이론을 비판했다.

“채식주의자 에드워드 하월의 이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효소의 “생명력”이 파괴되지 않도록 섭씨 45~48도 이하로 가열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볼 때 음식에 들어있는 효소가 체내의 소화나 세포 작용에 기여한다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효소 분자 자체가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이다. 설사 식물효소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 효소의 대사기능은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해당 식물에 맞게) 우리 체내에서는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생리학자들이 “살아있는 음식”에 들어있는 “생명력”이라는 이론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식주의자들은 이 활성 효소 이론에 설득 당해 날것을 고집한다.”

“효소 열풍은 얕은 과학문화의 산출물”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뒤늦게 효소 광풍이 불고 있을까?

B 교수는 “효소식품은 홍삼과 달리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어도 잘 팔린다”면서 “ 적은 연구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식품회사들이 앞 다퉈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효소라고 하면 다른 소재에 비해 거부감이 거의 없다고 한다”면서 “이것이 효소 식품이 잘 팔리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S대 식품영양학과의 C 교수는 “식품 광고를 심의할 때 효소식품이 기능성을 과대광고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면서 “대부분의 식품회사가 효소식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어떤 식품학자도 대놓고 효소식품의 한계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언론도 한몫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과학적인 식품이 바람을 일으키면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의 광고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광고주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오히려 신문을 도배할 정도로 광고를 많이 하는 효소식품 광고주에 대해서 우호적인 기사를 경쟁적으로 쓰고 있다. 자연적인 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부 방송국의 프로그램도 효소 열풍에 일조를 했다.

일부 케이블TV 홈쇼핑의 맹목적 효소식품 띄우기도 한몫했다. 한 식품회사 대표 D씨는 “홈쇼핑 종사자들은 대부분 과학적 논리에 약해서 과학적 논리와 입증자료는 못 믿고, 오히려 비과학적인 것에 현혹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들의 무지와 상업성이 결국 코미디 같은 효소식품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인체에서 효소가 부족해지는 것은 운동부족,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효소가 만들어지는 조건이 나빠지기 때문”이라면서 “효소가 부족하다고 효소를 식품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체의 신비함을 모르는 비과학적 사고”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사람들은 신비한 식품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신비한 것은 효소가 아니라 우리 몸에서 효소를 만드는 메커니즘”이라면서 “효소가 많아지게 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 몸 자체를 살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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