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치료법, 말기 간암 환자에 희망

우두 바이러스 주입, 생존기간 2,3배 늘려

소의 전염병을 일으키는 우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치료법이 말기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3배 늘린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황태호 교수(항암바이오연구소) 연구팀을 비롯한 미국·캐나다 공동 연구팀은 이 결과를 지난 10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시험에 쓰인 바이러스는 증식에 필요한 특정 효소(티미디딘키나제)를 만들지 못하게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이 효소는 암세포에서 다량 분비되기 때문에 암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왕성하게 번식해 암세포를 파괴한다. 인체 면역계는 파괴된 암세포의 파편을 접한 뒤 다른 암세포까지 적으로 판단해 공격하게 된다.

연구팀은 2009~2011년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간암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런 환자는 다른 장기에도 암이 퍼져 있는 것이 보통이며 생존기간은 대개 3~6개월이다. 연구팀은 변형 바이러스를 한 달간 3차례 걸쳐 환자들의 간암 종양에 주입했다. 16명에게는 대량을, 13명에게는 소량을 주입해 가장 알맞은 양을 알아보았다(나머지 1명은 시험 도중에 탈퇴했다). 이번 시험은 임상 2상의 일부로 최적 투입량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대량 주입환자는 평균 14개월(중앙값), 소량 주입 환자는 7개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1년 후까지 생존했고 이중 4명은 2년 넘도록 생존 중이다. 생존자 중 2명은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로서 이런 경우의 통상 생존 기간은 2~4개월이다.

JX-594라는 이름이 붙은 이 항암 바이러스는 미국 제네렉스(Jennerex)사가 개발 중이다. 황태호 교수 연구진과 연세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녹십자 등이 연구개발에 참여 중이다. 황교수는 제네렉스사의 데이비드 컨 박사와 함께 10여 년째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JX-594는 현재 7개국 120명의 간암 환자뿐만 아니라 대장암과 신장암 등 다른 암 환자들도 대상으로 국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4~5년 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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