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내숭

내숭, 특히 여자의 내숭 기술은 침대 위에서 펼칠 때 더욱 자연스러운 것 같다. 상대방에게 안달이 났지만 아직은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양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대기. 남자와 몸이 연결된 그 순간도 머리를 쓰는 여우녀들의 대표 테크닉이다. 내숭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상대방과의 밀고 당기기-그것이 육체든 정신적인 문제든 간에-에서의 승리다. 그래서 적절한 내숭은 연애뿐만이 아니라 침대 위 놀이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나는 브래지어는 스스로 끌러도 팬티만은 남자가 벗기게 내버려둔다. 뼈아픈 실책을 통해 얻은, 나만의 내숭 제 1 원칙이다. 잠자리에서 내가 자주 하는 실수는 흥분이 지나치면 너무 빨리, 스스로, 속옷을 벗어 던지는 거다. 파트너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팬티를 쉽게-그것도 남자보다 먼저!- 내리는 나를 보고 조금 당황했다며, 그 일이 있고 제법 시간이 지난 뒤 남자친구가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침대 위 리더십과 내숭을 무시하는 여자 앞에서는 제아무리 기세 좋은 페니스도 순식간에 쪼그라든다. 그러니 상대방이 자신의 언더웨어를 벗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전희의 한 단계가 된다. 내숭의 근간은 뭐니 해도 결국 설렘과 떨림이니.

상대방을 제대로 안달하게 만들려면 물론 이런 속옷 벗기기와 같은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럴 때 간단하지만 효과는 그 무엇보다 거대한 테크닉이 있다. 바로, 입과 손이 상대의 몸에서 떨어질 틈이 없이 움직이는 것. 자위를 통해 오르가슴을 얻으려 해도 반드시 손 하나는 움직여야 하는데, 하물며 파트너를 동반한 섹스에서의 오르가슴에서야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또, 내숭은 전희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후희에서도 빛을 발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때에, 알아듣게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제대로 된 내숭을 선보이는 기본 매너. 사정 뒤 귀찮아도 여자의 몸을 부드럽게 지분거리며 넌지시 다음 섹스 때 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내비치는, 남자의 고급 내숭이다. 그게 설사 공공장소에서의 퀵 섹스나 코스튬 플레이라도 보수적인 파트너에게 별로 그렇게 섹스에 환장한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시의적절한 내숭은 침실의 마법.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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