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공약 분석(상)-무상의료 가능한가

선택적 의료냐 보편적 의료냐

대선이 6일로 꼭 13일 남았다.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보는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점검, 분석하는 기획을 3회에 걸쳐 싣는다.

보건의료정책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척도다. 국민들은 병이 났을 때 병원비나 간병비 걱정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이런 희망을 채워줄 수 있는 제도로 꼽히는 게 무상의료다.

하지만 무상의료 제도는 이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려면 의료보험료 수가가 급증하는 등 국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수요자의 만족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무한정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완벽한 무상의료는 불가능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0%대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이 비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상의료에 대해서는 박 후보는 무상의료 보다 보장성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했으며, 문 후보는 무상이 아니라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의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무상의료를 실현하려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료 폭탄을 야기하는 무상의료 보다는 보장성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보건의료공약 모토가 ‘무상 의료’가 아니라 ‘생명먼저 의료’라고 밝혔다.

박 후보 의료 공약의 핵심은 △암·심장병·중풍·난치병 등 4대 중증 질병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급여) 의료비와 미적용(비급여) 의료비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국가가 100%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층에 대해 임플란트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경증 치매 환자 1만4000명에 대해서도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환자 본인 부담을 연간 100만원 이내로 줄이는 ‘100만원 상한제’를 내걸었다. 100만원의 입원 진료비만 부담하면 누구나 계층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던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 MRI, 초음파 등은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간병서비스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선택적 의료’, 문 후보는 ‘보편적 의료’

문 후보는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면제하거나 국가가 보조하는 동시에 △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지원도 전면 확대하겠다고 했다.

의료정책 전반에 대해 박 후보는 “중병에 걸려 병원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은 책임지고 막겠다.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돈보다 생명이 먼저다.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돈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믿음직한 건강보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두 후보의 의료정책 주요 공약을 보면 박 후보는 의료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선택적 의료’ 전략이다. 반면 문 후보는 연령·소득에 관계없이 국민 누구나 일정한 의료비 부담만 지면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보편적 의료’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는 국가 지원이 필요한 타깃 계층부터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겠다는 전통적 복지 철학에 기초한 반면, 문 후보는 전체 국민이 누구나 똑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평등주의적 복지관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재원 마련 계획, 현실성 떨어져

문제는 두 후보의 공약을 실천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 박 후보는 자신의 의료 공약을 시행하는 데 2013~2017년 14조원, 연간 2조 8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박 후보의 전체 공약 예산(97조원)에서 14.4%를 차지한다. 문 후보는 보편적 의료 공약에 5년간 42조 8000억 원, 연간 8조 6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 측은 재원 마련 계획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 합리화 등 복지행정 개혁을 통해 10조6000억 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건보 재정을 합리화하면서 “건강보험료는 1인당 월 5000원, 가구당 1만~2만원만 더 내면 된다”고 했다. “80% 가구가 민간 의료보험료를 월평균 20만 원 지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총 보험료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재원 마련 계획은 부풀려진 인상이 있고 문 후보의 계획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또한 박 후보가 특정 질병만 보장을 확대하겠다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은 보편적으로 80%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도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5년간 42조 8000억 원이 들어가는 문 후보의 의료 공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는 1인당 월 5000원, 가구당 1만~2만원만 더 내면 된다고 했지만 연소득 4000만원 가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연간 최소 38만원에서 최대 127만원까지 더 내게 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형선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장(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은 “박 후보의 주요 공약을 보면 제시한 목표와 각론과의 불일치를 보여준다. 건강보험 부과체계와 관련해 소득기준 일원화 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정 회장은 문 후보의 주요 공약에 대해서는 “재정 소요액이 과소 추계됐고, 재원조달 방안은 불충분하다”며 “2013~2017년까지 추가소요재정을 8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지만 의료 급여와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14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 후보의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임기 중 목표는 공약보다 낮아야 실현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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