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카바 수술 폐지, 늦었지만 다행”

“편법으로 수술 계속하면 밝혀낼 것”

논란이 되어온 심장 수술법 ‘카바’의 시술이 금지된 데 대해 대한심장학회와 흉부외과학회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0일 보건복지부는 카바 수술의 시행근거가 되는 ‘조건부 비급여’고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본지 30일자 보도 ‘복지부, 심장수술법 ‘카바’ 금지했지만…’).

카바(종합적 판막 및 대동맥근부 성형술)란 돼지의 심근막을 이용해 사람의 심장 대동맥 판막을 재건하고 대동맥 주변에 특수한 카바 링을 끼우는 새로운 수술법이다.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3일 “그동안 환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늦게나마 제재해 줘서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앞으로 이(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문제를 학회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진작 그렇게 했어야 한다”며 “앞으로 학회에서 후속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바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을 뿐 카바 수술 방법을 그대로 다른 판막 수술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학문적으로 그런 부분을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심장학회의 송재관 학술이사는 3일 “대동맥 판막성형술의 적응증 등에 대한 심사 기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학회가 공동으로 만들기로 했다”면서 “지난 26일 학회 집행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담한 자리에서 장관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심평원은 카바 수술을 해놓고 대동맥판막성형술이란 명목으로 청구한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성형술의 심사기준이 명확해지면 편법 청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의 정경영 이사장도 이날 “고시를 폐지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란과 학회의 시간,인력 낭비를 막게 됐다”면서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고시가 유지됐다면 고시를 위반해도 제재조항이 없고, 적응증을 벗어나 카바수술을 하는 극단적 경우에도 규제할 수 없는 불안한 상태가 계속됐을 것”이라며 “이는 환자를 포함해 논란이 계속 지속되는 상황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면(제주대 의전원)교수는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고시의 전향적 연구규정을 위반하고 카바 수술을 계속해온 데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은 채 고시를 폐기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고 “송교수는 카바링을 쓰지 않으면서 유사한 수술을 계속하겠다고 하는데 길정진씨 같은 사망자가 또 나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이번 카바 논란을 계기로 ‘신의료기술’ 인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후 본격적으로 시술될 수 있도록 엄격한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바의 개발자인 송교수는 앞으로 카바 링은 쓰지 않지만 자신이 개발한 (카바 방식)의 판막성형술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카바 수술에서는 혈관 테두리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카바 링을 끼워 넣는데, 그 대신 일반 수술에 쓰이는 인조혈관 재료를 잘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환자마다 다른 대동맥 움직임에 따라 인조혈관 재료를 일일이 잘라 (지지대를) 만드는 게 어렵기 때문에 다른 의사들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제품화한 게 바로 카바 링”이라며 “복지부가 잘못된 고시의 책임을 소기업(카바링 제조사 사이언시티)에 전가해 국내 의료산업의 싹을 자르려 하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병원은 “고시 폐지 결정은 의료산업의 싹을 자르는 일이며, 몇 년에 걸친 소모적 논란 끝에 원점으로 회귀한 것에 해당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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