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남자가 ‘밝히는’ 족속인 이유는?

외도는 남자가 특히 많이 한다. 2004년 미국 ABC뉴스의 ‘미국인 성생활 조사”에선 기혼자의 16%가 배우자에게 부정을 저지른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비율은 남성이 여성의 2배 가까웠다(남성의 상대가 대개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이 비율이 1대1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여성은 문화적인 이유로 이런 질문에 솔직히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조사 대상에 매춘여성이 빠져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다. “당신을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 정말 매력적이시네요. 오늘 밤 나랑 자지 않을래요?” 상대는 처음 보는 남(여)학생이고 용모는 중간 수준이다. 당신의 응답은? 1982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실험한 결과를 보자. 남학생의 69%는 “좋지요”라고 응답했다. 여학생은? 100% “아니오”였다. 남자는 ‘밝히는’ 족속이라는 말이다.

그 배경에는 진화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남자는 몇 시간 투자해 씨를 뿌리면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9개월여를 거쳐 한 명을 낳을 수 있을 뿐이다. 책임감과 부양능력이 우수한 남성을 신중히 고르지 않은 여성은 도태됐을 것이다.

남성이 결혼에 정착하는 데는 ‘배란 은폐’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은 연중 섹스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임신이 가능한 배란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이한 동물이다. 따라서 남성은 자원을 제공하면서 여성을 곁에서 독점해야 자식이 자신의 씨임을 믿을 수 있다. 그런 틈틈이 다른 여성에게 눈을 돌리면 번식 성공률은 더 높아진다. 우리 모두는 이처럼 독점+알파 전략을 취한 ‘호색한 조상’의 후손이다.

하지만 수렵채집 시대에 진화한 심리가 21세기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해설이다. 인류는 그동안 유전적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남성의 마음 깊은 곳에는 옛 시대의 단순한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권력을 얻어서 그것을 후계자를 낳을 여성을 유혹하는 데 사용하라.” “부를 얻어서 그것을 혼외자식을 낳는 데 사용하라. 다른 남자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를 기회를 사라.” 그런가 하면 현대 여성의 마음 깊은 곳에도 이에 대응하는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음식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돌볼 부양자 남편을 얻도록 노력하라. 그 아이들에게 1등급 유전자를 줄 수 있는 애인을 찾도록 노력하라.”(『붉은 여왕』•매트 리들리•김영사).

그러고 보니 근래 혼외정사가 들통 나 이혼당하거나 사임한 유명인은 모두 남성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혼외정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일수록 흔히 벌인다. 상대 여성의 지위는 가리지 않는다. 매춘부, 가정부, 전기 작가… 하지만 본능은 그보다 나아지라고 있는 것이지 그대로 행동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미국 ABC 조사를 다시 보자.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남성은 결혼 생활 중 부정을 저질렀던 비율이 2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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