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게 전희란

30대에게 전희를 곁들인 섹스는 20대의 전희 없는 섹스를 대체할 정도의 만족감을 준다. 세상에는 전희가 얼마나 중요한지-특히, 남성에 비해 더디게 상승하는 여성의 오르가슴을 위해서-에 대해 강조하는 책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성적 흥분도에 있어 남녀 메카니즘의 구조적인 차이를 차치하고, 나이가 들수록 전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솔직하게 쓴 책은 찾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잠자리에도 여유가 생겨 스무 살 때처럼 전희 무시하고 마구 덤비는 섹스를 하지 않을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청춘일 때 전희에 소홀한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전희를 무시하는 건 똑같다. 그 이유가 과도한 흥분이 아닌 저질 체력이란 차이가 있을 뿐. 여기서 체력이란 페니스의 힘을 말한다. 똑같은 페니스지만 더 이상 ‘똑같은’ 페니스가 아닌 것…아, 갑자기 슬퍼진다. 여하튼 운 좋게 30대에도 20대와 같은 사이클의 섹스 라이프를 누리고 있다 한들 더 이상 예전의 섹스와는 같지 않다. 다만, 전희에 좀 더(많은!) 공을 들이면 전희를 생략한 청춘의 섹스와 엇비슷한 만족을 기대할 수는 있다.

스스로 섹스 라이프에 한해서 꽤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20대에 만난 남자들은 대부분 전희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청춘에 만난 그이들이 모두 전희에 공을 들였다면 지금 나의 섹스 라이프는 절망의 나날이었을 거다. 20대의 파워와 그것에 기반한 공들인 전희를 뛰어넘는, 30대에 어울리는 대체물이란 게 과연 있기는 할런지.

내 남자는 20대에도 그랬지만 30대인 지금도 전희를 은근슬쩍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그에게 전희를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재미가 없단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전희도 잘 하면 재미있을 텐데, 잘 하지 못하니 재미가 없고, 흥이 나지 않는 거다. 어느 정도 패턴화 된, 자신만의 섹스가 있는 남자를 붙잡고 전희를 좀 더 오래 하라고 잔소리해봤자 내 입만 아플 뿐.

발상 전환이 필요했다. 간단하게, 섹스를 스포츠로 봐달라고 그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전희는 운동을 잘 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워밍업이라고 그에게 계속 세뇌작업을 펼쳤다. 그는 친구들과 운동할 때 그 누구보다 워밍업 체조에 열심인 것으로 자타 인정하는 터라 전희는 워밍업이란 개념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또, 무엇이든 매뉴얼이 있으면 곧잘 따라하는 자연과학/공학 계열의 뇌를 가진 남자이기에 내친 김에 전희에 대한 간단한 매뉴얼 하나를 제시했다. 몸의 중심부에서 가장 먼 곳부터 시작해서 중심부에 도달하는 애무 노선은 섹스 워밍업의 기본. 여기에 성기에서 끝나는 애무가 아니라 덜 민감한 부분(예를 들면 머리 끝)에서 출발, 다시 혀와 손으로 훑어 내려오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거다.

그래서 결론은? 물론, 절대로, 여전히 전희가 우리 침실에 매회 출연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가 내 말 한마디에 매번 전희를 자신의 섹스에 집어넣었다면 기쁨보단 공포심(?)이 생겼으리란 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다만, 시작부터 몸의 유연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과격한 포지션을 취하려 할 때 “워밍업!” 이라고 외치면 어영부영 다시 전희로 되돌아오는 참을성이 좀 더 생긴 것이 괄목할 만한 점이랄까.

아! 그리고 그에게 제안한 매뉴얼 중에 하나를 빠트린 게 있는데, 온몸을 핥아줄 힘도 없으면 파트너의 옷이라도 천천히 벗기라는 거다. 30대에는 그것도 전희로 인정해주니까.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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