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섹스

블로그 게시판을 체크하는데, 장문의 새로운 글이 보인다. 한 여성분이 친구 커플의 잠자리 상담을 원한다. 이 여성은 그 친구 커플과 굉장히 절친한 사이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애널섹스 문제까지 의논하니 말이다.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면, 남편은 애널 섹스를 원하고, 부인은 죽어도 애널 섹스를 하기 싫어한다. 이것저것 해볼 만한 섹스 테크닉은 다 써본 것 같고, 애널 섹스를 해본 사람들이 질을 통한 성교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남편은 연일 부인을 조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부인은 애널 섹스라니, 그런 걸 할 바에야 차라리 이혼이 낫겠다는 것이 속마음이다.

애널 섹스는 소통과 합의가 기본이다. 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죽을 만큼 아프다. 무엇보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10초만 할애하면 타이핑을 끝낼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고, 나는 안절부절 이다. 말 한 마디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데. 친구 커플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장문으로 보내온 정성에 내 뇌가 흐려진 나머지 아주 일반적이고, 교훈적이고, 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로 대답한다.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의식에 입각해, 애널 섹스에 관한 온갖 리서치 자료를 뒤져 적절한 수치와 통계를 갖다 붙여가며 나의 훈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안간힘을 쓰면서.

그래서 후회한다. 그냥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두 사람이 대화로 해결할 테니 놔두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둘 중 한 사람의 의견이 관철되든 아니면 중도(?)를 택하든 할 텐데 말이다. 부부니까. 커플의 잠자리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람이지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보내기 버튼으로 내 ‘올바른 사람’ 버전의 글은 전송한 상태. 조금 늦게 깨달았다.

나와 내 남자도 애널 섹스에 관한 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소위, ‘명기’의 조건인 조임의 측면에서 애널 섹스는 탁월한 매력이 있다고 아무리 꼬드겨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자기 주니어를 항문에다 넣는 건 상상도 하기 싫다, 항문은 ONLY! 배설기관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꽈악 박힌 사람이다. 성인 남자의 가치관을, 특히 잠자리 가치관을 바꾸려는 바보 같은 시도를 계속 밀어 붙일 만큼 나도 어리지는 않다.

대신 나는 샤워할 때 가끔 내 배설기관을 어루만져준다. 검지를 자극 없는 클렌저로 부드럽게 씻은 다음 내 남자의 단단한 뇌를 비난하면서 항문 주위를 유연하게 만든다. 참고로, 찢어지는 고통이 어떤 것인가 궁금한 이들은 손가락을 아무 전희 없이 항문에 쑥 넣어보길 바란다. 진짜 좋으면 애널 섹스도 괜찮다. 아프면? 안 하면 그만이다. 항문은 원래 자신의 역할로 돌아가면 그 뿐이니.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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