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수술 탓 사망” 유가족, 복지부 제소

“국민 보호 안했다”… 의료진은 형사고소

논란의 대상이던 심장수술법 ‘카바’가 수사와 소송의 대상이 됐다. 이 수술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했으며, 송 교수는 지금껏 이 수술로 인한 소송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게 안전상과 유효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수술을 당장 중단하라는 의료계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보건복지부는 외형적으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며, 수술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고 길정진 씨(69) 유가족은 13일 건국대병원 의료진을 서울중앙지검에 사기죄·업무상과실치사죄·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대상은 수술을 집도한 송명근 흉부외과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와 간호사 등 5명이다.

고인의 딸 윤진 씨는 이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송 교수와 건국대병원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고자 한다”며 “더 이상 제 2, 제 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소와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가족 대리인인 이인재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이날 “송 교수 등이 적응증을 벗어난 수술을 해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고 보험 역시 안 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 보호자를 속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가족은 복지부와 건국대병원 및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이날 제기했다. 복지부는 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의혹이 일어나면 이에 대해 국민에게 알려야 하지만 이를 게을리 해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보건복지부는 카바수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알권리를 충족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이런 결과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길 씨는 지병인 심장 질환으로 복용해오던 와파린(항응고제) 부작용으로 고민해오던 중 지난 9월 19일 카바 수술을 받으면 약을 끊어도 된다는 송 교수의 권유로 수술대에 올랐다가 1주일 만에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창자와 등을 연결하는 막의 혈관이 막힌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애초에 수술이 필요 없는 경증 환자였다는 심장질환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고인의 딸 윤진 씨는 “병원 측이 카바수술로 인한 수술 사망률이 0.2%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과 달리 아버지의 수술 동의서엔 사망위험도를 50%라고 적시해 놨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건대병원 측은 카바수술 등 대동맥 판막질환으로 인한 사망환자가 전체 442명 가운데 길정진 씨가 유일해 0.2%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윤진 씨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할 당시 사망률 난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 이후 의무기록지를 떼어보니 (수술위험도 및 사망률이) 50%라고 적혀있었다”면서 “‘환자가 직접 서명하지 못한 이유’ 난에도 병원 측이 ‘기타 부득이한 경우(환자 원함)’라고 기입해놓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선 보호자 사인을 요구해 놓고 정작 중요한 사망률은 유족들도 모르게 뒤늦게 50%로 적어놓은 것“이라며 “사망률이 이렇게 높았다면 당초 수술을 받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 측이 유가족을 속여 1700여만 원의 치료 재료대와 선택 진료비를 추가로 부담케 한 정황이 있어 고소에 사기혐의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교수가 보험적용이 된다며 환자를 설득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보험적용이 되는 걸로 알고 있던 환자 가족에게 수술 직전에 비급여 수술동의서를 받은 뒤 거액의 선택 진료비를 받은 것은 고의로 환자나 보호자를 속인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바수술은 국민건강권과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고 이번 건은 카바와 관련한 첫 고소 사례”라며 “건국대병원을 관할하는 서울동부지검이 아니라 의료전문 검사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건국대병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 “길 씨의 사인은 유가족 주장과는 달리 심장수술과 무관한 기존 지병의 합병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수술이 필요 없는 경증상태가 아니라, 수술 적응증에 명확하게 해당했으며 타 병원 흉부외과 선생님들도 명백한 적응증 임을 확인했다”며 “환자의 병력과 지병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환자보다 위험성이 높게 평가돼 이를 수술 전에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카바란=송교수가 개발한 신종 심장수술법이다. 심장을 둘러싼 막을 이용해 심장 대동맥 판막을 재건하고 대동맥 주변에 특수한 카바 링을 끼우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하지만 심장학회와 흉부외과학회, 보건의료연구원 등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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