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백지화” vs. “처방권 침해”

[집중분석] 의-약-한의 갈등 위험수위 (2) 천연물신약 둘러싸고 한의사, 의사 단체 대립

 

천연물신약을 둘러싼 논란이 의약계를 뜨겁게 달구어 놓은 가운데 의사, 한의사 양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첨예한 대립양상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양 측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강한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생약성분을 소재로 처방을 해 왔던 한의계는 “달여놓은 한약을 말린 뒤 캡슐에 넣으면 양약으로 인정되는 현재의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의사 “약도 뺏기고, 처방권도 뺏기고”

천연물신약에 대한 갈등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2010년까지 천연물신약에 56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계 7대 신약개발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유명한약을 모태로 한 약품이 시장에 출시되거나 개발 중인 신약에 한방약재가 첨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약품들은 현재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한의사들은 처방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양방에는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되고 있으나, 한방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어 한의학계 입장에서는 기술만 내어주고 손에 쥔 실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한의사들은 “정부는 ‘천연물신약’이 한약재와 한약처방을 활용하여 제조된 한약제제임을 분명히 확인하고, 이를 공식 선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24일에는 국회 앞에서 5000여명이 모여 사업백지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의사들 “처방권 내놓으라는 얘기인가”

한편, 의사들은 한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처방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라는 우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사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연 24일 “천연물 신약과 한약은 개념이 다르다”는 내용을 담은 ‘천연물신약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 측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천연물에서 응용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약으로 만들 때는 전문의약품으로 검토가 거쳐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의협측은 “한의계가 의사들의 고유영역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처방에 관여하려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행위며, 한의사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렇듯 한-양의 갈등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처음 이 정책을 추진한 복지부 측은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천연물신약의 한의사 처방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요청받은 바 있으나 반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어 당분간 양 측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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